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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용인신문] 초록 방

                       이지아

 

스무 살 내 피는 초록이었나. 밀림을 찾아 얼쩡거렸지. 갈기처럼 두껍고 뻣뻣한 파마에 술을 마시고 토하면 초록 웅덩이가 생겼지.

 

아침마다 전철을 타고 커피를 탄다. 털을 숨기며 상냥해지기

 

야간대에 들어가서 다른 사자들과 만난다. 누가 더 위엄스럽게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여린 짐승을 가져야 하는지 의논한다. 몇 달 만에 집에 가면 어미는 얼갈이김치를 담그던 바가지를 던지며

 

저 사자 같은 년

 

굵은 소금을 뿌려도 순해지질 않아. 정맥 속엔 긴 실이 기어 다니고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을 안다. 나는 여섯 살 망원동 뒷방에 버려져 있었다. 어미는 나를 구했다. 어미는 함정이었지

 

이 사자 같은 년

내 방에서 나와

 

이지아는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부문을 수상하고 2015년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첫 시집인 『오트 쿠튀르』는 ‘의미의 포착에서 버켜서는 패러독스의 층위들이 층층이 포개지고 요동치면서 무한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시편들이라고 해설에서 조재룡은 지적한다.

「초록 방」은 그녀의 스무 살의 초록빛 기록이다. 초록 피를 가진 그녀는 밀림을 찾아 얼쩡거렸으며 사자파마에 술을 마시고 토하기도 했다. 토한 곳에 초록 웅덩이가 생겼다. 야간대에 진학한 그녀는 다른 사자들과 만났고 더 위엄 있는 소리를 내기 위해, 더 여린 짐승을 갖기 위해 의논하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청춘들이었다.

몇 달 만에 집에 가면 어미는 얼갈이김치를 하던 바가지를 던지며 ‘저 사자 같은 년’이라고 핍박했다. 그러는 어미는 그녀가 여섯 살 때 뒷방에 버려진 그녀를 구원해주었다. 그 구원이 어미의 함정이었던 것을 안 것은 스무 살이 되어서다.

그녀가 어미로부터 피신 한 곳은 어미의 방이다. 어미는 소리친다. ‘이 사자 같은 년/내 방에서 나와’《문지》간 『오트 쿠튀르』 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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