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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정말 배고파하는 게 뭔지 알아야!”

이원섭 국민의힘 용인을 당협위원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경영학박사)

 

[용인신문]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신라면, 진라면, 짜파구리…. 여러 가지 브랜드가 떠오르지만 모름지기 가장 배고플 때 먹는 라면이 최고다. 이미 배부른 상태에서는 어떤 최고급 요리사가 끓여주는 라면도 배고플 때 먹었던 라면만큼 맛있지는 않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음식뿐만 아니라 도시정책에는 더욱 중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용인이 터미널과 공원 조성이라는 두 가지 ‘라면’에 대한 효용가치를 놓고 떠들썩하다. 시에서 노후화된 공용터미널을 종합운동장 부지로 이전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하고 운동장 자리에 인공공원을 만들어 용인판 센트럴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미 그 앞에 경안천이라는 훌륭한 수변공원이 있고 상류지역으로 조금만 가면 한강유역청이 대규모의 수변생태공원을 조성중인데도 말이다. 기존 수변공원에 주차장 확보나 편의시설만 확충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수변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상황에 굳이 신설 인공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요즘말로 하면 적어도 가성비가 뛰어난 정책은 아니다.

 

왜 미국의 센트럴파크가 뉴욕인이 가장 사랑하고 관광객이 꼭 찾는 곳이 되었을까. 빠르게 돌아가는 뉴욕이라는 콘크리트 도심의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이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허파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거시경제적 이슈는 주로 ‘돈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타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한정된 자원의 배분’이라는 요인이 내재되어 있다. 자원이 무한하다면 센트럴파크를 각 동네마다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한정된 재화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다른 녹지공간이 없는 도심의 한 가운데 조성되었기 때문에 그 효용가치가 커진 것이지 처인구와 같이 녹지로 둘러싸인 환경에서는 오히려 교통인프라에 대한 갈증만 가중시킬 것이다.

 

버스터미널 이전계획을 처음 누가 세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민들의 필요를 읽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낙후된 공용버스터미널의 이전위치로는 곧 철거될 운동장 부지만큼 최적의 요충지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넓은 주차시설은 물론이고 인근 전통시장과의 상생이 가능하고 국지도 84호선, 57호선, 제2경부고속도로, 용인IC, 게다가 경전철과도 연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현재의 공용버스터미널은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건축을 한 뒤 장기적으로 적당한 위치를 선정해 신축하겠다”고 말했다. 어차피 다시 이전해야 할 터미널에 굳이 100억의 재건축 비용을 들이고, 천혜의 자연경관 옆에 또 하나의 인공공원을 짓는 것이 과연 시민들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일까?

 

배부를 때 계속 억지로 떠먹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시민들이 정말 ‘고파하는’ 것이 무엇인지 주민들의 의견을 면밀히 수렴한 후 계획을 수립하는 용인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결단에 의한 정책의 후과는 고스란히 현재의 용인시민과 우리 다음 세대가 안고 가야할 짐이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