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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두통과 어깨통증의 원인 ‘거북목 증후군’

이길용(신경외과 전문의)
서울예스병원 대표원장

이길용
신경외과 전문의
서울예스병원 대표원장

 

[용인신문] 현대인들은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지낸다. 출퇴근길 전철이나 버스안에서도 열 명 중 아홉 명은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가장 익숙한 풍경이 돼버렸다.

 

이런 첨단디지털 사회는 매우 편리하지만 편리함의 댓가로 나쁜 자세와 운동부족으로 인한 척추질환 및 만성질환이 증가했고 특히 만성적으로 어깨나 등이 뭉치고 아프거나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목디스크 환자는 매년 증가해 2019년에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거북목 환자는 목디스크 환자의 무려 2배가 넘는 224만 명을 넘었다. 이 중 10~20대가 17%를 차지하고 있다니 이런 생활습관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장시간 목을 앞으로 빼고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게 되면 어깨와 등 근육의 피로도가 올라가서 만성적인 근육뭉침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근막통증 증후군’ 또는 ‘거북목 증후군’이라고 한다. 거북목 증후군은 잘못된 자세와 등 근육의 약화로 C자형 목뼈가 일자목으로 변형되는 질환이다. 개나 고양이와 달리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에 앞발(팔)의 사용량이 부족해지면서 등 근육이 약해지게 되는데 그 결과 목 주변의 근육이 쉽게 긴장상태가 된다. 잘못된 자세와 습관은 목과 등 근육에 주는 부담을 늘려서 거북목 증후군이나 목디스크와 같은 경추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거북목 증후군은 주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로 목덜미나 어깨주위에 통증이나 무거운 느낌을 동반하며 때로는 팔 저림, 두통, 날개뼈 부위 통증 등을 동반해 종종 목디스크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심각한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참을만 하지만 짜증나는 통증’, ‘24시간 지속되는 기분 나쁜 불편감’, ‘병원에 가도 의사들이 딱히 정확한 설명을 해 주지 않는 통증’, ‘겉보기에 멀쩡해서 주위 사람들이 공감해 주지 않는 나만 괴로운 통증’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참고 지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겪거나 우울감을 심하게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즉, 죽고 사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정신건강을 망가뜨리거나 삶의 질을 나쁘게 만드는 질환인 것이다.

 

모든 치료가 그렇듯, 거북목 증후군 치료의 핵심은 ‘조기진단과 꾸준한 관리’다.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대부분이 증상이 오래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극심한 통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또 두통 증상을 뇌질환으로 생각해 뇌검사만 해보고 별다른 진단이 나오지 않으면 참고 견디다 시간이 흘러 통증이 심해지면 그제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거북목 증후군은 대부분 환자들이 치료 결과가 좋은 편이어서 치료 후 환자들은 “두통이 없어져서 살 것 같다”,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좋다”, “항상 등이 아파서 앉아 있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앉아 있어도 편안하다”, “어깨에 늘 고양이 한 마리가 붙어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가볍다” 등 다양한 이유로 만족감을 표현한다.

 

과거 필자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뇌질환을 전공하면서 암이나 뇌출혈과 같은 중대한 병을 치료하는 것만이 의사의 숭고한 사명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척추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비록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통증에 시달렸던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삶의 질을 개선해주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치료 후 그 사람들이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증 없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