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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생각이 나서ㅣ윤지양

생각이 나서

                             윤지양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걱정이 어른스럽게 말했다

 

너 문단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어떡하니

 

그러게

쓰고 싶은 대로 쓸 거라고

말할 수도 없고

말해도 들을 사람도 없고

 

사랑하는 것만 쓸 수도 없고

미워하는 것만 버릴 수도 없네

무엇을 담으면 넘치지 않을까

.........

무엇을 담으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글쎄

고아도 자라면 어른이 된다니까

 

윤지양(1992~)은 대전에서 태어나 이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시적인 생각이나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시인이다. 그 방법이 때론 그림이 되기도 하고 시행의 불규칙한 배치가 되기도 하고 주사위를 펼친 전개도가 되기도 하다. 그녀는 특히 ㅂ에 꽂혀 있다, ㅂ을 ㅁ의 흘러내림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ㅂ은 무한한 상상력을 주는 듯하다. 이번에 나온 그녀의 첫시집 『스키드』를 읽으면 느끼게 된다.

「생각이 나서」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나서 누군에겐가에서 걸려온 축하 겸 걱정의 전화가 모티브다. ‘너 문단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어떡하니’라는 말은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정서다. 시단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화자는 ‘무엇을 담으면 넘치지 않을까/무엇을 담으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잠이 든다. 결론은 염려하지마. ‘ 글쎄/고아도 자라면 어른이 된다니까’다. 문학과지성사 간『스키드』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