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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농담

    윤은성

 

 나는 무언가를 말해야 될 때라는 것을 알았다.그는 무언가를 듣고 싶다고 내게 말했다. 차가운 손을 녹일 수 있는 모닥불이 있었고. 모닥불 곁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고. 근처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잠시 눈을 붙여도 되었다. 나는 그가 앉은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입술을 움직였고. 나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그대의 표정을 살피려 했는데. 다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아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물소리 너머에서 들리고. 무슨 말들을 하는 거니. 손으로 축축한 흙바닥을 더듬고 있었는데. 얼굴 앞의 모닥불은 너무 따뜻하고. 등은 서늘해오고.

그대가 모닥불 곁에 없고.

 

윤은성 시인은 1987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2017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에서는 예민하되 사려 깊은 화자가 자신의 상처를 조심스레 꺼내 보이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시적 주체들은 길을 잘못 들어선 가난한 여행자처럼 한곳에 정주하지 못한 채 기나긴 시간을 헤매고 다닌 자의 비애와 체념을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녀의 시적 주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지는 않는다. 그녀의 첫 시집 『주소를 쥐고』를 읽고 든 생각이다.

 

「농담」은 그와 나에 대한 이야기다. 서사가 있기는 하지만 서사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무언가 말해야 될 때라고 생각하는 화자는 그가 듣고 싶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말하지 못했다. 입술을 움직였지만 말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대의 표정을 살피려했지만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표정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물소리 너머에서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려 무슨 말들을 하는 거냐고 묻지만 대답은 없다. 모닥불은 너무 따뜻하고 등은 서늘해오는데 너는 이미 모닥불을 떠났다. 농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 『주소를 쥐고』중에서. 김윤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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