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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나는 약해ㅣ이근화

나는 약해

                       이근화

 

고작 숲이야

고래야

발이 젖었어

 

나는 버스야

굴러가는 바퀴야

알록달록해

 

나는 언제나

나는 그러나

 

쓰러지고 말거야

기어가고 말거야

 

집이 잠긴다

창문이 녹는다

 

골목길이 터진다

나의 실핏줄이

 

파도야

흘러가는 봄이야

 

멈추지 않는 손이야

감기지 않는 눈이야

 

이근화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시 언어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조용하게 밀고 가며 독특한 발상과 낯선 화법으로 개성적인 시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듣는 시인이다.

「나는 약해」 또한 그녀의 독특한 발상과 낯선 화법으로 쓰여진 시다. 첫 연의 숲과 고래와 젖은 발은 서로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걸 연결하는 것은 독자의 상상력이다. 둘째 연으로 미루어보면 나는 고작 숲이고 고래고 젖은 발을 가졌다고 읽어도 될 듯하다. 다음 연은 나는 버스고 굴러가는 바퀴고 알록달록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읽힌다. 나는 언제나 숲처럼 조용하고 고래처럼 젖은 발이지만 그러나 나는 쓰러질 것이고 기어갈 것이다. 나는 집을 향해서 그렇게 할 것이지만 집은 잠기고 있다. 창문은 녹고 있다. 집이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의 집은 실제의 집은 아니다. 언어의 집이거나 정신의 거처다. 골목길이 터지고 실핏줄이 터진다. 터지는 골목길과 실핏줄은 억압된 자아의 분출이다. 그것들은 파도고 흘러가는 봄이고 나의 멈추지 않는 손이고 감기지 않는 눈이다. 내가 약한 이유다. 창비 간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 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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