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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크럭스

              정다연

 

창문에 매달린 실거미를 보면

 

툭, 가지 끝 물방울을 털 듯

 

떨어뜨리고 싶어져

 

아래로

 

더 깊은 낭떠러지로

 

내리치는 빗방울, 끝없이

 

흘러드는 빗줄기

 

눈동자

 

쉴 틈 없이 때리는

 

다정한 말

 

힘을 빼 그러지 않으면 더 아파

 

멍든 낙법

 

자세

 

더 잘 배울 수 있을까

 

끝까지 매달렸어야 했을

 

송곳처럼

 

손발의 힘을 모았어야 할

 

푸른 암벽

 

 

 

정다연은 1995년 수원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15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을 응시하는 예민한 감각과 탁월한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단정한 시 세계를 펼쳐온 그녀는 이미 2019년에 현대문학의 소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이후 2021년에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그녀는 “언젠가 지면에서 저는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쓴 적이 있어요. 세상에 대한 상상력, 타인에 대한 상상력을 포함해 자신에 대해서도 더 많은 상상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달리는 사람에게 땅이 확장되듯이 먼 곳까지 가보는 넓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일이 있다. 그녀의 시가 상상력의 세계를 향해서 치열하게 나갈 것이라는 예견을 하게 한다.

「크럭스」는 암벽의 전체 루트나 피치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분을 말한다. 화자는 지금 암벽의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강사는 화자의 모습을 보며 실거미 같기도 한 것, 빗방울과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뜨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땀은 빗줄기처럼 눈으로 흘러들고 강사는 몸의 힘을 빼라고 다정하게 소리친다. 끝까지 매달려 있지 못하고 추락한다. 후회하는 손발의 힘을 모았어야 할 푸른 암벽은 생애의 험난한 고비다. 창비 간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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