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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자수첩] ‘산타’는 존재했다.

서대호 기자

[기자수첩]

 

[용인신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어린이와 그 가족의 일을 ‘용인TV’ 유튜브 방송에 소개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기자로서 첫 보람을 느낀 일이었기에, 이번과 같은 소식들이 많은지 찾아보았다. 검색 결과 따뜻한 이야기보다 ‘코로나19’와 ‘오미크론’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리고 새삼 다시 깨달았다.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 이 코로나 시국 속 ‘기적’ 같은 선물이라는 것을. 또 내가 살고 있는 용인시가 정말 ‘사람 사는 도시’라는 것을.

 

얼마 전 용인시민이 이용하는 SNS 커뮤니티에 한 어린이집 교사가 원아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고, 시민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선천적 심장병을 앓는 3살 수연이는 여섯 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며 중환자실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어린이집에 연락을 취하고 교사들을 만났다.

 

다문화가정. 수연이를 포함한 어린 자녀들이 있는 5인 가족. 병원에서는 수연이의 상태를 두고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부모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손수 만든 인형을 길거리에서 팔아야 했고, 살던 집은 처분해 병원비로 썼다. 더 절망적인 것은 추가적인 수술을 몇 차례 더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수연이와 그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렸다.

 

이후 많은 시민과 여러 기관·단체에서 수연이를 돕겠다고 나섰다. 용인시를 시작해 용인동부경찰서, 용인청년회의소 등에서 후원 및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 밝혔고, 이 소식을 수연이 아버지께 직접 전했다.

 

“너무 감사합니다. 수연이 상태가 호전되는 게 눈에 보여요. 병원에서도 기적이라고 했고, 지금은 일반 병실로 옮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수연이가 많은 분이 주시는 사랑과 응원을 알고 있나 봐요.” 수연이 아버지의 눈물을 머금은 미세한 떨림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한 가치 있는 일로 이번 겨울이 따뜻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눈꽃을 보지 못하거나 계절이 변하고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린이집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과연 수연이에게 기적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어린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어른에게도 살기 좋은 세상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연이처럼 아픈 사연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올 연말은 코로나로 할 수 없게 된 시끌벅적한 송년 모임을 아쉬워하지 않고,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