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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육십령 5ㅣ박일만

육십령 5

                  박일만

 

골목을 몇 바퀴 돌아도 적막하다

 

빈집은 스러져 가는데 마당에 꽃이 폈다

 

작년에 돌아가신 이모님이 이승을 떠도시는지

 

생시에 심어놓은 꽃들만 마당에 가득하다

 

봉숭아꽃이 마지막 피를 토하고

 

꽃무릇이 손톱으로 하늘을 할퀸다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은 흑백이다

 

박일만은 전남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육십령에서 태어났다. 이번 시집이 육십령 연작으로 되어 있는 연유다. 그는 2005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그는 점점 낙후 되어가는 농촌 현실을 직시하며 고발하고 비판한다. 그런가 하면 생태계가 파괴되어가는 것이 인간의 탐욕 때문임을 외친다. 역사의식과 민족의식 또한 이번 시집을 통해서 드러낸다. 육십령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그의 문학적 토양이기도 하다.

「육십령 5」는 피폐해가는 농촌의 풍경이다. 적막한 마을에 빈집이 늘어나고 그 빈집 마당에 꽃이 피었다. 지난해 이모님이 돌아가신 후 집은 비어 있는 것이다. 혼령이 이승을 떠돌고 계신지 살아생전 심어놓은 꽃들이 마당 가득한 것이다. 피를 토하듯 붉은 봉숭아꽃, 하늘을 할퀴는 꽃무릇이 피어 있는 마당 또한 적막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을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에는 생기가 없다. <달아실> 간 『살어리랏다』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