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임선기
거울을 들여다봤지만
나를 본 적이 없네
나를 본 적 없으니
거울은 진실이군.
그래도
나라고 할 만한 것을
보여준
거울의 관대함이여!
거울은 원래
물이었다지
물만한 거울 어디 있으랴
임선기는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났고 1994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은 『호주머니 속의 시』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거울」은 언어의 극한에 오래 머물다 돌아온 시인의 작품답게 차고 시리며 명징하다. 거울 속에 자신을 볼 수 없다는 고백은 자신의 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자탄의 목소리다. 외형으로 보이는 자신은 자신이 아닌 것이다. 그게 거울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신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일부라도 보여준 거울은 관대하다. 따지고 보면 거울 이전의 사람들은 물속에 비친 자신을 보는 것으로 거울을 대신했던 것이다. 그러니 물 만한 거울이 어디 있겠는가. 창비 간 『피아노로 가는 눈밭』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