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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의 숲이야기

산불예방이 숲의 보전이다.

이대영 용인시산림조합장

 

[용인신문] 설날이 지나고 휘황한 달이 뜨는 첫 번째 정월 대보름은 우리의 고유명절이다. 윷놀이를 비롯해 깡통에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지펴 빙빙 돌리면 그것이 요즘의 불꽃놀이였다. 또 소나뭇가지 등 나뭇가지를 둥그렇게 쌓아 올려 태우는 달집태우기는 지나간 액을 물리치고 개인 희망 및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큰 행사였다.

 

이때쯤이면 따스함이 배여 있는 봄 내음과 함께 가까운 뒷동산에서부터 멀리 바라다보이는 덩치 큰 산들에도 아지랑이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산을 지키는 파수꾼이 필요할 때고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산불이다.

 

요즘은 산록이 우거져 사람이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숲이 잘 형성돼있다. 설 명절이 가고 대보름 명절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산불 예방 대책이 시달되고 임업직(녹지직)은 산림근무로 대체돼 휴일, 공휴일에도 밤 10시까지 근무한다. 지금은 시간외수당 등 약간의 보수도 지급되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무조건 근무하는 당연한 책무였다. 당시 산불을 끄거나 예방 활동을 하기 위해 야산을 오를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노란 꽃이 생강나무꽃이다. 우리 용인지역에서도 개동백, 또는 동백꽃으로 불리며 봄의 전령사로 사랑을 받은 꽃이다.

 

내 경험으로는 하루에 10건 이상 산불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야간에 광교산 능선의 산불은 진화 요원을 압도하는, 말로는 표현이 힘든 공포감을 조성하는 불이었다. 석성산 산불은 정상의 군 통신대를 집어삼킬 듯 거셌고 진화 헬기가 무려 7~8대 동원돼 진화한 적도 있었다.

 

포곡읍 에버랜드 방면의 산불 시에는 봄꽃 축제 기간과 겹쳐 차량들이 거의 서있다시피한적도 있었다.

 

화재진화를 위한 긴급 출동 시에는 초동진화로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도 있지만 1~2시간 늦어짐으로 인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산불 진화의 책임을 지자체장으로 지정함으로써 대형 산불시 지자체(군수 등 임명직)장의 문책 사유로 작용해 공직자들은 무한책임을 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꽃피는 봄이 오면 전국이 꽃놀이 관광을 즐기는 때, 산림조합을 비롯한 종사자 및 임업직 공무원들은 산불 예방과 진화에 여념이 없을 정도다. 제일 소중한 숲을 보전하기 위해 이들에게는 봄이 사계절 중 제일 힘든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을 제일 가까이하는 이들의 숨은 노고를 우리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에 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