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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

민원 눈치 ‘요양병원 불허… 결국 ‘패소

법원, 민선7기 용인시 재량권 ‘남용’ 판결… 시, 항소 ‘포기’
‘답정너 행정’ 신뢰도 추락·사회적비용 낭비… 대책 시급

[용인신문] "개발행위허가의 근거법은 국토계획법이고, 개발행위와 관련하여 의료법을 국토계획법의 관계 법령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용인시)가 의료법을 근거로 요양병원 개설허가를 불허할 수는 없다. 피고(용인시)도 이러한 점에 대해 주장·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바, 피고(용인시)의 개발행위허가 불허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지난해 12월 22일 수원지방법원 제2행정부가 선고한 판결문 일부다. 이 판결은 지난 2021년 A 의료법인이 기흥구 영덕동 797번지 일대에 요양병원 허가를 신청했다가, 용인시로부터 반려처분을 받자 제기한 소송의 결과다.

 

당시 시 측은 ‘영덕동 지역에 요양병원 입지에 대한 다수 민원이 있고, 이미 3곳의 요양병원이 운영중이기에 의료 취약지역이 아니다’는 이유로 개발행위 허가를 불허했다.

 

시와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9년께부터 기흥구 영덕동 흥덕지구 상가 등에 들어서는 요양원 및 요양병원에 따른 민원이 이어지자, 요양의료시설 입지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는 지난 2019년 10월 유진선 시의원이 제23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5분 발언을 통해 “흥덕지구 내 요양의료시설 난립에 따른 주민 불만”을 설명하며 원인으로 인허가 과정의 과장 전결권 등을 지적하자, 한 달 만에 물류창고 및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에 대한 입지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현행법 상 요양병원 등은 관련 기준만 충족하면 심의없이 허가가 가능했지만, 자체 지침을 강화해 일정 규모 이상의 요양시설에 대해 건축위원회 심의를 의무화 한 것. 이와 함께 처인,기흥,수지 등 각 지역별 요양병원 총량제를 적용, 일정 수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금지했다.

 

시 측은 이 같은 조치 이유로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노인 요양시설이 인근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 정치적 판단의 행정

지역 의료계 및 건축업계에서 크게 반발했지만, 당시 시 측은 시장의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로 규제 강화를 강행했고, 결국 법적 요건을 갖춘 요양시설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개발허가를 규제하다가 소송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시에 따르면 소송에서 패소한 A의료법인 사례의 경우 시가 이례적으로 시정조정위원회까지 열어 가부를 결정했다. 당시 시정조정위원회에 참석했던 공직자 B씨는 “상식적으로 볼 때 허가를 반려할 사안이 아니었음에도, 기흥구 보건소 등 관련부서에서 회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이끌어 갔다”며 “사실상 ‘답정너’인 상태로 회의가 이어졌고, 불허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공직사회에 따르면 민선 7기 백군기 집행부는 당시 보라지구와 흥덕지구 등 기흥구 주민들의 민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때문에 이들 지역 현안의 경우 민원에 끌려가는 행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A의료법인의 개발행위 허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부결됐다는 설명이다. 시 행정을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풀어가려 했다는 평가다.

 

△ 소송조차 못하는 억울한 사례 부지기수

문제는 민원에 이끌린 행정으로 인해 용인시가 떠안게 된 과제가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인구 100만 용인특례시의 '행정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 손해배상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

 

시는 1심 판결 후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명시한 것처럼 ‘시가 개발행위를 불허한 근거를 증명·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의료법인은 현재 개발행위허가를 재접수하는 한편, 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시의 잘못된 행정으로 수 년간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행정은 다수 민원이나, 개발행위를 원하는 민원이나 동등한 민원이라는 입장에서 법과 제도에 맞춰 공정한 입장을 유지해야 함에도 한 쪽에 과도하게 치우친 사례”라며 “A의료법인과 달리 현실적 문제로 억울하지만 소송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을 시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