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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은 우리에게 노다지가 아닌 노 터치를 남겨줬다

한 군데서 이익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일이나 장소를 ‘노다지’라고 한다. 그런데‘손대지 말라’의 뜻인 ‘노 터치’(No Touch)와는 발음상의 유사성에서 유래한 것 이외는 딱히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이 말에는 19세기말 조선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금광을 찾아 캘리포니아까지 이르렀던 미국인들은 흑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대포로 협박하여 일본을 개항시켰다. 황금의 나라 지팡그 라고 인식했던 일본에서 금맥을 찾지 못한 미국은 1866년 조선에 제너럴 셔면호를 보냈지만 실패했다. 무도한 나라 조선을 개화시켜 주겠다며 무자비한 침략을 자행한 신미양요의 이면에는 조선에 매장 확인 된 풍부한 금광이 목표였다.

흥선대원군의 완강한 저항에 무력도발이 실패로 돌아가자 청을 앞세운 통상교섭을 통해 마침내 미국은 1882년 조선과 수교한다. 이때 미 공사관 의사로 입국한 알렌이 명성황후 민씨의 조카 민영익을 갑신정변 당시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왕실의 극진한 보살핌을 얻었다. (알렌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 건립, 뒤에 제중원으로 개명)

이후 공사관의 외교업무를 맡아 보게된 알렌은 조선 전체 금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평안도 운산 금광의 채굴권을 미국에 양도 하도록 고종을 설득한다. 이후에 알렌은 미국 신문에 광고를 내어 금광을 개발할 업자를 모집한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모스였다. 그가 알렌의 중개로 1895년 7월에 고종과 운산금광 채굴 계약을 맺었으나 자본 부족으로 1897년 헌트에게 양도한다.

헌트는 모스의 계약을 전면 수정하여 고종이 가진 주식의 4분의 1을 일시불로 지급하여 금광 개발을 독점하고, 채굴 계약 기간도 1938년까지 연장했다. 운산 주변에 금광을 개발하던 조선인들을 몰아낸 후 철조망을 임의적으로 설치하여 오랜 시간동안 농사를 지며 살아왔던 농민들 조차 보상없이 쫓아냈다.

이후에 알렌은 고종의 각별한 심임을 바탕으로 미국 관리인의 뒤를 봐주며, 조선 관리들도 협조하지 않는 관리를 바꾸어 버리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알렌의 교묘한 언변에 속아 조선을 도와줄 미국에 최대한 협조한 조선왕실은 자국의 백성이 미국인에게 살해당해도 법적인 처벌을 하지 못한다.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몰려 든 조선인들의 광산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총을 쏴대며 ‘노 터치’를 연발한다. 미국인들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한 조선인들에게 금을 강탈당하는 분노와 저항의 감정이‘금이 많이 나왔다’의 의미인 노다지가 전혀 흥겹지 않은 한탄의 노다지가 되어 남은 것이다.

노다지를 경험한 미국의 운산 금광 이후 조선은 제국주의 국가의 자원침탈에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식민지 시대 일본은 한반도 전체를 벌집쑤시듯 금광을 찾아 다니며 획득한 자원으로 급속한 공업화와 군사대국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선 최초의 화신백화점을 만들고 태평양 전쟁 당시에 일본에 비행기를 헌납하는 박흥식, 1932년에 조선일보를 사들여 일왕의 건강을 위해 신년 특집판을 제작한 방응모도 노터치가 만들어 낸 노다지로 벼락부자가 되었다.

운산금광에서 40년동안 900만톤의 금을 채굴하여 5600만 달러의 이익을 올렸던 미국. 조선을 지켜줄 것으로 고종이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미국이 1905년 카쓰라 태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의 조선 병합을 가장 먼저 인정한 나라였는데도...그런데도 고종은, 그 이후의 이승만은, 또 그 이후의 우리들은 영원한 우방의 나라 미국과의 수교 130주년 기념을 성대하게 자축하고 있다.

그 역사속에서 -조선의 자원을 자국의 자본가에게 넘겨주고, 고종을 농락(?)하여 조선의 청년들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주에게 팔아 넘긴- 알렌은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