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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 . 정략만 있고 국민은 없다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해관계


개헌에 있어서 가장 고민해야 할 점은

어떤 형태의 권력구조 인가가 아니라

主權在民을 어떻게 관철할것인가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와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로 헌정이 유린된 지 16년이 지나 대통령 직선제 개헌운동이 불길처럼 번졌다. 19876.10민주항쟁으로 되찾은 제9차 대통령 직선제 개헌은 재야 운동권에 시민이 호응하고 양김이 이끄는 야당이 투쟁하여 쟁취한 것이었다. 1948년 제헌헌법과 4.19혁명의 결과에 따른 제2공화국 헌법,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제외한 개헌은 모두 권력자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여년이 되었다. 시대정신이 대통령 직선이었던 상황에서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새로운 헌법은 필연적이다. 정치권은 개헌의 필요성을 공히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제각각이다. 집권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헌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대통령 발의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은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일정이 촉박하다고 말한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반대하면서 내심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원하고 있다. 아울러 순수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정당과 국회의원도 있다.


개헌을 둘러싼 제 정치세력의 주된 관심사는 권력구조 개편으로 모아진다. 정의당은 권력구조보다 선거구제와 선거법 개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채택하여 진보정당의 뿌리를 확실하게 내리는 것이 주된 관심사이다.


시민사회와 정치학자들은 권력구조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기본권 강화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시민)국민의 권리보장은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현행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조항이 대단히 추상적이다.


헌법 제1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공화국이란 민주주의와 공화정을 채택하고 있다는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를 말한다. 국민(시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가 일정 기간 주권을 위임받아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스위스와 같이 직접민주주의를 보장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며칠 전에 여당의 모 인사가 헌법을 개정하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해야 한다고 슬쩍 흘리자 자유한국당에서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개헌을 하자는 것이냐고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이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끝마다 부르짖었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 한다는 구호는 오랜 세월 국민의 뇌리에 주문처럼 각인 되었다. 민주주의는 오로지 자유민주주의만 있는 것처럼 국민을 세뇌했다. 사전적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합성어이다. 모든 시민이 동등한 정치적 자유를 가진다는 자유주의와 모든 권력은 자유를 가진 시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주의가 결합된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이 아니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반대 개념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하지도 못하는 식견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개념도 모르는 선출된 대표들이 지금 개헌에 대해 무식하고 무차별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이 직접 뽑아 권력을 위임한 대표들의 수준이 이렇다.


무식(無識)을 넘어 무지(無知)한 수준의 정치인들이 국민의 대표라고 우겨대고 있다.


개헌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명시하고 보장하느냐는 것이다. 대표를 잘못 뽑았을 때 위임했던 권력을 어떻게 회수할 것이냐는 주권재민의 핵심사항이다.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탄핵을 발의하고 3분의 2가 결의하면 즉각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3분의 2의 탄핵인용으로 파면하게 되어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쫓겨났다. 국회의원의 경우 사법처리에 의한 경우나 국회의 제명결정이 아니면 임기 중 해임할 방법이 없다. 현행 헌법에는 국회의원 주민소환제가 보장되지 않는다.


자치단체장은 주민의 10%가 소환에 동의하고 주민의 3분의 1이 투표하여 과반수가 찬성하면 파면된다. 국회의원은 이러한 조항이 없다. 입법의 권한을 위임한 대표가 중대한 잘못을 했거나 주민의 의사에 반하여 입법을 했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당론 투표라는 것이 있다. 법률을 제-개정할 경우 당의 방침에 따라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의원들은 당론에 칼같이 복종한다. 반대로 입법의 권한을 위임한 선거구민에게 복종하는가? 아니다. 선거구민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다.


국민의 기본권은 정치적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사회-문화-복지, 전 분야에 걸쳐 자유시민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최상위 법인 헌법에 명시되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정치권은 권력구조를 중요시 한다. 어떤 형태의 권력구조가 집권에 유리한가를 먼저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말로는 국민 주권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떠받들지만 속셈은 어떻게 해야 정권을 오래 잡느냐이다. 툭하면 국민여론을 들먹인다. 결정권이 국민에게 있는 것처럼 본질을 호도한다. 대의제에서 국민의 결정권은 투표일에만 주어진다.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다. 정부 여당은 국민여론을 받들어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당론을 정했다고 말한다. 야권이 지리멸렬한 현재의 정치지형이 지속된다면 당분간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그래서 권력분산에 용이한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정의당 같은 진보정치세력은 의원내각제에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 국민여론은 무조건 옳은가? 아니다. 국민여론도 왜곡되기 쉽다.


1987년 체제 이후 대통령들의 임기 말이면 국민이 넌더리를 냈다. 5년 단임제가 아니고 중임제였다면 부정선거가 아니면 재선에 성공할 대통령이 없었을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역사와 정부형태의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국민여론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강화하고 국민의사를 즉각 반영하자면 의원내각제가 좋다. 국민의 자발적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계속 배출할 수 있다면 대통령제가 안정적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가운데 상생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대통령이 외교, 통일, 국방을 담당하고 국회가 구성한 내각의 수반인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권력구조를 채택할 것이냐 보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이 어떻게 관철될 것인가에 있다.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잘 조정되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이다. 국민의 다양한 선택권이 존중되고 대의정치에 반영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은 끝없는 정치투쟁을 불러 온다. 우리도 이제 다수결에 따르면서도 소수의 의견이 존중되고 그만큼 반영되는 정치구조를 가질 때가 되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가장 안정적인 정치체제와 국민여론이 잘 반영되는 제도를 갖춘 나라를 꼽으라면 독일을 들 수 있다. 어차피 완벽한 정치제도라는 것은 없다.


어떤 헌법체제를 갖추는 것이 좋은가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명제에 모든 권력은 국민의 진정한 다수 의사에 반할 수 없다는 것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진일보한 제도를 갖게 될 것이다.


정치권의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기대하며 국민의 관심과 엄중한 감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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