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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혁명), 일본의 본질과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


3.1운동(혁명), 일본의 본질과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

 

                                                 김민철(자유기고가)



산과 강은 옮길 수 있으나 사람의 본성은 바꿀 수 없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종교영화 사일런스(Silence/침묵)를 최근 보았다. 사일런스는 에도(도쿠가와)막부 시절, 3대 쇼군(征夷大將軍/정이대장군) 도쿠가와 이에미스 시대 1633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일본 혼슈(本州) 서남부 나카사키 해변에 포르투갈 선교회 소속의 이탈리아 선교사 주세페 키아라(1602~1685)신부가 동료사제와 상륙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마카오에서 배교한 일본인 기리시단(기독교인)을 만나 안내를 받는 과정이 잠깐 나오지만 생략해도 무방한 신(secene)이다. 은둔의 나라 일본에 도착한 두 사제의 앞날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가는 그들이 도착한 해안선이 말해준다. 일본이 산악 국가이며 접근이 매우 어려운 나라임을 짐작케 하는 해안의 풍경은 기독교 선교사에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에도막부 시절 일본의 상황을 한 장면으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해안선을 따라 긴 롱 테이크기법으로 일본 당시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왜 영화의 제목이 사일런스 인가를 암시해 준다.

 

주세페 신부는 자신의 지도신부였던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1580~1650) 신부의 행적을 찾아 일본에 도착한다. 페레이라 신부는 1609년 험지인 일본으로 선교활동을 떠나 1633년 체포될 때까지 약30만여 명의 일본 기리시단(기독교도)을 이끌던 대표적인 선교사중 한사람이었다. 1614년 모든 선교사를 추방하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명령으로 에도 막부의 제2차 포교령이 내려졌고 천주교 탄압은 극에 달했다. 1625년 일본의 선교활동의 지도자 프란시스코 파체코 신부가 순교하였다. 에도 막부는 이 시점에서 일본의 천주교를 멸절(滅絶)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카톨릭 선교 역사상 가장 잔혹한 탄압을 가한다. 배교를 거부하는 신자들을 무더기로 화형에 처하고, 해변의 나무기둥에 묶어 며칠 동안 밀물과 썰물의 과정에서 익사시켰다. 목덜미에 자상(刺傷)을 내고 거꾸로 매달아 장시간 출혈로 사망케 하는 등 온갖 고문과 생체실험을 벌이기도 했다. 에도 막부의 천주교 탄압으로 30여만 명의 신자가 순교했다. 일본의 천주교 신자들은 천국을 굳게 믿었고, 천주를 새로운 태양신이라고 여겼다.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천황조차 신인 나라에서 천주신은 대대로 짐승 같은 삶을 살아온 일본의 민초들에게 죽으면 천국에 가서 잘 살게 이끌어줄 궁극적인 구원의 신이었다.

 

그럼에도 막부는 마침내 선교사들을 회유 협박하여 배교하도록 함으로써 천주교의 확산을 저지하는데 성공한다. 수십 수백의 일본인 천주교신자의 목숨을 담보로 사제들의 배교를 강제했고 결국 성공했다.

 

영화 속 페레이라 신부는 카톨릭 선교사상 최초의 배교 사제로 바티칸과 기독교 문화권의 연구 대상이 되었던 인물이다. 주세페 신부는 스승의 행적을 따라 일본에 왔다가 배교한 사람이다. 두 사제는 비교적 장수하면서 일본 불교로 개종하고 정기적으로 천주교 배교 의식에 동원되었다. 막부 정권은 천주교 사제의 권위를 제거함으로써 뿌리를 제거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사일런스를 장황하리만치 소개한 것은 일본이 과연 어떤 나라인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3.1운동 99주년 기념행사가 서대문형무소 자리였던 독립공원에서 개최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운동의 역사적 정의를 분명하게 천명했다. 3.1운동은 문 대통령의 말대로 당시 2000만 동포 중 200만이 참가한 반외세 반제국주의 민족독립혁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도는 불변의 한국 땅임을 명확히 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인류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라고 권고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이후 10여년이 못된 1876년 조선침탈을 본격화했고, 임오군란(1882) 갑신정변(1884)을 거쳐 1894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조선의 지배권을 확대하였다. 러일전쟁의 승리와 을사늑약(1905)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세계제국주의 역사상 가장 단시간에 이루어진 불변의 기록이다. 대한제국이 1910년 경술년 국권을 빼앗긴지 9년 만에 대한독립을 외치는 3.1운동이 불길처럼 번졌다.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3.1 독립운동은 만약 조선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상황에서 벌어졌다면 전 세계적인 혁명의 반열에 올랐을 대사건이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위안부 문제 합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후안무치한 망발이다. 일본 지배층에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일깨운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영화 사일런스를 소개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본의 지배층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반성을 해본적이 없다. 교활하고 집요하며 자신이 지키고자하는 기득권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임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단돈 10억 엔에 팔아넘김으로써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문재인 정부가 그 뒤치다꺼리에 외교적 역량을 소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에 굳이 조언하자면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사과하든 말든 무시하고 가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다만 에도 막부 시절 30만이 넘는 순교자를 배출한 배경의 바탕이었던 일본 민초들은 분리하여 생각하자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장점은 많다. 좋은 지도층, 인류 보편적인 상식적이고 문화적인 체제가 갖추어진다면 일본인들은 세계시민의 표준이 될 만큼 훌륭한 심성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정부에 당당히 요구하고 우리의 입장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함께 일본의 일반 국민의 자긍심을 보듬는 세심함도 잃지 말았으면 한다.

 

얼마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 김순덕 씨의 3.1운동에 관련한 칼럼을 읽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3.1운동을 혁명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을 완곡하게(내심으로는 단호하게) 비판한 내용인 것 같다. 김 주간의 우려에 부분적으로는 동의 한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것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누구냐가 아니라 3.1운동이 역사적으로 과연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그것이 운동이었든 혁명이었든 3.1의 여파로 기미년 413일 중화민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 망명정부가 수립되었고, 같은 해 911일 각지의 독립운동 세력을 통합하여 대한제국을 대체하는 민주공화정부를 수립했다는 것이다.

 

대한제국의 종말과 대한민국의 출범, 이것은 분명히 혁명이다. 군주정에서 공화정을 전환되었고 일제의 강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토를 수복한 이후 대한민국을 자자손손 이어갈 것임을 만방에 천명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훌륭한 망명정부였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3.1 운동(혁명)을 기반으로 한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승만 대통령을 걸고 넘어 지는 것은 자칭 보수 세력의 자가 당착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비록 탄핵으로 파면되었지만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었다. 1948년 제헌헌법에 1919년 임시정부가 건립한 대한민국을 재건립 한다고 명시한 민족의 정치지도자이다.


건국의 아버지, 영어로는 파운딩 파더스(Founding Fathers). 미합중국 건국의 아버지는 조지 워싱턴(1732~1799)만이 아니다. 미국은 토마스 제퍼슨, 벤자민 프랭클린, 알렉산더 해밀턴 등 미합중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건국의 공로자들을 국부로 추앙한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3.1운동(혁명)을 이끈 선열과, 임시정부와 항일독립 운동의 지도자들이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자칭 보수진영은 이승만 대통령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역사의 평가에 놓아 주었으면 한다. 누가 뭐래도 이승만 대통령은 임시정부와 재 건국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불변의 역사적 사실이며 진실이다.

 

3.1운동(혁명)을 되돌릴 수 없는 위대한 역사적 변곡점으로 삼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역사의식에 굳건한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