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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인간/김현


인간

   김현

 

생명력을 주관하는 열세번째 천사는

고요하고 거룩하다

 

밤이 되면

잉크를 쏟는다

 

영혼에 동공을 만드는 것이다

 

저기 저 먼 구멍을 보렴

너에게로 향하는 눈동자

 

가슴의 운명은

빛으로 쓰인다

 

생명은 태어나고

죽음으로 끝이 난다

 

열네번째 천사는

주관한다.◉◉

 

인간은 온다. 내일의 비는 떨어지므로 인간적이다. 비 맞는 인간은 인간다워지기 위해 젖은 몸에서는 따뜻한 김이 솟고 그때에 인간의 다리란 참으로 인간의 것이다. 가령, 광장에서 물대포가 쏘아질 때 패배의 무기는 무기력하고 인간은 젖은 채로 서서 방패가 된다. 무기를 막지 않는다. 무기를 넘보지 않는다. 이 또한 인간이 가진 눈동자다. 그러나 오늘까지도 생명은 비인간적이다.

◉◉ 비가 그치고 빛이 떨어질 때 인간은 마땅히 고개를 드는 것이다. 고해 하는 인간에게 목은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가. 가령 인간은 물대포 앞에서 천사를 상상할 수 있고 평화를 그릴 수 있으며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기록 할 수 있다. (.....)

 

김현은 독특한 시형식을 보여준다. 각주처럼 제시한 글까지도 시문이다. 그는 성소수자였으며 사회적 고통을 함께 나누는 시인이어서 세월호 사건처럼 인간의 비인간적인 사회 문제들을 천착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온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고요하고 거룩한 천사에 의해 생명이 온다. 그렇게 태어난 인간은 밤이 되면 잉크를 쏟아 영혼에 동공을 만드는 것이다. 영혼을 깨워 일으키는 행위로서의 글쓰기다. 저기 저 먼 구멍은 너를 감시하는 눈동자들이다.‘가슴의 운명은 /빛으로 쓰인다고 노래하는 시인에게 빛은 역사를 의미할 것이다. 역사의 빛은 어둠이기도 하고 밝음이기도 하니까 빛으로 생명이 태어나고 빛으로 생명이 끝나는 것이리라.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