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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국경을 넘는 일ㅣ임경섭


국경을 넘는 일

임경섭

 

살아 있는 한

넘지 못할 국경 한군데쯤 누구나 가지고 있지

그러나 넘으려 하지 않는 국경은

누구에게도 없네

 

세 살 난 쿠르디는

가족과 함게

난선이 된 조각배를 타고

에게해의 광활한 국경을 넘고 있었다

 

우리 단지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시끄럽게

교문을 들어서고 있을 즈음이었다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가족들은 배를 타고 전쟁이 없는 세상, 그리스로 가기 위해 에게해를 건너고 있었다. 배의 난파는 아마도 정원을 초과한 난민들의 승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 살 난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터키의 해변에 밀려와 잠자듯 누워 있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린지 3년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참혹한 내전은 계속되고 있고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배에 오른다. 수 천 만명에 이른 난민을 받아준다는 국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일란 쿠르디가 에게해에서 죽음을 맞고 터키 해안으로 밀려오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시끌벅적하게 교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난민은 남의 나라의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 난민이 남의 나라의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도에 와 있는 500여명의 예멘 난민은 우리의 이야기다. 이 난민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우리들에게는 없어 보인다. 거의 신경질적으로 예멘 난민의 문제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도로 피서 왔다 실종 사망한 사건의 배후로 예멘 난민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면 할 말을 잊는다. 예멘 난민이 다른 목적으로 난민 행세를 하며 제주도에 위장 상륙한 것이라면 심사를 통해 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강제추방을 하면 될 것이다. 순수한 난민이라면 우리들도 마음을 열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시인은 묻는다.

한국의 전쟁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양측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평화를 지속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있다. 종전이 선언 되고 영구적인 평화가 이 땅에 온다면 그보다 더한 축복이 없을 것이다. 우리들을 설레게 하는 이유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세계 평화를 위해, 세계인의 행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그것이 터키 해변에서 잠든 아일란 쿠르디의 꿈이었을 것이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