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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놀이터ㅣ류인서


[용인신문]


놀이터

류인서

 

여기서 만났을 거다 우리

미끄럼틀과 시소, 혼자 흔들리는 그네, 생울타리에 기댄 작은 청소 수레가 속한

모래의 세계

 

이쪽 기울 때 너는 떠올랐니

우리는 평균대가 아니어서

균형점을 앞에 두고 나뉘어 앉는 세계

시소는 약속이 아니어서

잽싸게 무게를 버리며 달아날 수 있다

떠 있는 빈 자리와 쏟아지는 이의 우수꽝스러운 엉덩방아,

이것은 갑에게서 가볍게 을이 생략되는

저울 놀이

 

데워진 모래는 한 결 기분이 좋다

굴을 파고 두더쥐 놀이를 하면

구근 대신 손을 묻어 둘 수 있다

꽃과 쓰레기 장난감 블록들

싹 트는 경작지

원통의 미끄럼 터널 속으로 청소부처럼 사라지는, 나쁜 공기처럼 빨려나오는

아이들

굴뚝을 지나는 그을음 묻은 해

바짓단에 떨어지는 해변

 

공초와 휘파람,

아무래도 이곳은 빌딩 창문에서 더 잘 보이는

어른들의 세계

토르소로 떠다니는 구름 우주복

잠깐 나타났다 지워지는 그림자들의 숨소리들

 

류인서는 분열된 자아의 파편화된 시간을 찾는 여정을 계속한다.놀이터는 유년의 시공과 오늘의 어른들의 시공이 교차하는 모호한 공간과 시간을 드러낸 작품이다. 너와 나, 개인과 공동체, 승자와 패자의 삶의 방식을 압축해서 보여주면서 서로 화해하지 않는 현장을 슬며시 펼친다. 그러므로 균형점을 앞에 두고 나뉘어 앉는 세계는 분배와 선택과 소유의 이분법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저울 놀이는 무게를 버리고 달아날 수도 있는 배반의 놀이기도 하다. 류인서는 놀이터가 아이들의 세계가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라고 선언한다. 놀이가 사라진 어른들의 물질적 타산과 만족을 위한 장소로 변질 된 것이다.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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