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내 양돈농가 입구 등 79곳 방역초소 설치. . . 24시간 가동
정부 쇼윈도 행정에 지자체 공직자·농축협 직원 파김치 ‘원성’
[용인신문] “비효율적 초소 방역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차단을 위한 방역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공직자 및 농‧축협 직원들의 목소리다.
정부 지침으로 운영 중인 ‘초소 방역’이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농가 진출입 차량에 대한 전문소독은 ‘거점 초소’에서 모두 진행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추가적인 ‘초소운영’을 지자체에 떠 넘겼기 때문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양돈농가 입장인 이해하지만, 가축전염병 발병 때마다 반복되는 지자체 공직자 등에 대한 ‘동원령’에 따른 ‘피로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상급기관의 초소운영 불시점검 등도 이어지고 있어, 정부의 보여주기 식 행정에 지자체 공직자 및 유관기관만 ‘골탕’ 먹고 있다는 불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농가의 첫 발병 사례이후 경기 북부 및 인천의 양돈농장 14곳에서 돼지열병이 연이어 터졌다. 이로 인해 당초 농가를 방문하는 사료 및 분뇨차량 등에 대한 거점 소독을 지시했던 정부는 발병지역이 확대되면서 각 농가 인근의 방역초소 운영을 지시했다.
용인시 등 전국 지자체 공직자들과 군 병력이 방역초소 업무에 투입된 배경이다.
시는 지난달 19일부터 용인지역 내 양돈농가 입구 등 79곳에 방역초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이중 22개소는 시 공직자들이, 49곳에는 55사단 등 군 병력이, 7곳에는 농‧축협 임직원들이 투입돼 24시간 방역업무를 진행 중이다.
시에 따르면 이들 방역초소는 2인 1조로 하루 3교대 근무 형태로 운영된다.
용인시의 경우 하루 132명의 공직자가 투입된다. 여기에 밤부터 아침근무를 한 근무자는 다음날 대체 휴무를 사용할 수 있으니, 하루 176명의 공직자가 행정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지침에 따른 ‘초소방역’이 사실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백암면 A양돈농가 관계자는 “농가 앞 방역초소 운영은 보여주기식 ‘쇼윈도 행정’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구제역 등을 겪으며, 분뇨수거나 사료차량 등은 모두 GPS가 장착돼 거점 방역초소를 거치지 않을 경우 농가 출입이 제한된다”며 “농가 앞에서 추가 소독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종식 선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화도와 경기 파주, 김포, 연천 등 ASF발병지역 돼지를 전량 살처분하며 추가확산은 막았지만, 야생 멧돼지를 중심으로 한 바이러스 검출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차량이 아닌 멧돼지 등 야생 동물로 인한 추가 확산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역시 “멧돼지가 감염될 경우 돼지열병은 ‘유행병’에서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 측은 여전히 초소방역 등을 유지하라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야간이나 휴일 등에 각 방역초소에 대한 확인방문도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도 정부 및 경기도 등 상급기관에서 초소운영을 점검하고 갔다”며 “일선 공직자들의 피로도와 불만이 더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초소근무에 나선 한 농협 직원은 “맡겨진 초소근무를 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응이 나와야 할 때”라며 “충북지역에서 조류독감 항원까지 발견됐으니, 이제 AI방역에도 나서라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