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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서진수 강남대학교 교수(에스페란토협회 회장)

“에스페란토(Esperanto)는 언어를 통한 세계평화운동”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내년 100주년

사용자 패스포트 서비스 민박제도

60개국 300여개 도시 숙식 서비스

국제화·세계화 소중한 인류 자산


[용인신문] 에스페란토 운동은 언어를 통한 세계평화운동입니다.”

지난 10월 선임된 한국에스페란토협회(Korea Esperanto-Asocio)’ 서진수(강남대 교수) 신임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71년도에 에스페란토 학습을 시작, 고등학교 1학년 때 Student Times에스페란토란?’을 게재하고, 서울중고등학교 에스페란토연맹(ELSAM)을 창설했다는 서 회장. 일찍 에스페란토를 접한 그는 1984년 일본 칸사이 합숙에 초청 받은 이후 1986년부터는 유레일(유럽 철도)을 이용하여 1개월~2개월씩 방학 때마다 세계여행을 다녔다. 지금까지 무려 9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다. 유럽여행 한 달을 단돈 100만원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핵무기가 바로 에스페란토라고 했다. 이 언어 사용자를 에스페란티스토라고 한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에스페란티스토가 된 것이다.


서 회장은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들과의 언어소통 덕분에 많은 역사 지식과 인생관을 갖게 되었다는 자부심으로 꽉 차 보였다. ‘1민족 2언어주의’,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쓰고 다른 민족과는 중립적인 국제공용 보조어 에스페란토를 쓴다는 말이 인터뷰 시작까지만해도 기자에겐 이상적으로만 들렸다.


# ‘국제 공영어’ 전 세계 30만 명 사용

에스페란토는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 라자로 루드비코 자멘호프(Lazaro Ludoviko Zamenhof, 1859~1917)가 창안한 국제 공영어이자 가장 대표적인 인공어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YMCA에서 시인 김억이 최초로 공개강습회를 연 것을 보급의 시초로 보고 있다.


세계에스페란토협회(Universala Esperanto-Asocio) 본부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고, 뉴욕에 사무실이 있다. 99개국에 협회가 있고, 주요 도시마다 대표자와 지회가 있어 회원 상호간에 긴밀한 유대관계가 가능하도록 조직되어 있다. 연회비를 납부하는 회원만 15000. 에스페란토 사용자 수는 전 세계에 약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는 김억 시인 등이 창립한 협회가 시점이 되어 2020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고종황제부터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그리고 많은 언어 애호가와 학자, 일반인 등이 에스페란토를 학습해 우리 민족의 얼과 언어 지키기에 헌신해 왔다.


에스페란토 1차 세계대회는 1905년 프랑스 블로뇨-수르-메르에서 열렸다. 1·2차 세계대전 기간의 몇 년을 제외하면 매년 국가를 바꿔가며 열렸다. 한국에서는 1994년과 20172회 개최했다. 매년 7월 마지막 주 1주일간 70~80개국에서 모인 1200~2000명이 하나의 언어로 학술발표, 분과회의, 취미활동, 합창, 축구, 관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친목을 다진다. 2018년 포르투갈 리스본, 2019년 핀란드 라티, 2020년 캐나다 몬트리얼, 2021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순으로 세계대회가 이어진다.


서 회장은 전 세계 에스페란토 사용자 간에는 패스포트 서비스(Pasporta Servo)라는 민박제도가 있어 60개국 300여 개의 도시에 이메일 한 통이면 숙박과 숙식 서비스가 가능하다.”면서 아미쿠무(Amikumu)라는 앱을 통해 앱 사용자로부터 몇 킬로 위치에 회원이 위치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소통은 물론 즉석 만남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서로 주고 받는 서비스다.


서 회장 역시 민박제도 덕분에 뉴욕에서 1주일간 40만원으로 여행을 했고, 자신의 집에서도 프랑스 젊은이가 6개월, 중국인 부부가 1년간 체류한 적도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 여행 25일간 동안 중간 중간 에스페란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마쳤고, 러시아 시베리아 암각화 탐사를 현지 전문가와 회원의 통역으로 매년 1개월씩 5년간 진행할 수 있었다. 또 전공이 같은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의 도움으로 80년대 내내 방학기간 동안 도서관 이용과 대출의 편의를 받을 수 있었다. 글래스고 대학 연구교수로 갈 때도 회원 교수가 적극 추천하자 그 대학 교수가 5분 만에 초청을 결정하는 등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다.


#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언어

서 회장에게 에스페란토는 세계인과의 교류와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많은 것을 알게 해준 도구였다. 개방적인 사고방식과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키워주기도 했다. 앞으로 달나라 여행을 꼭 가고 싶은데, 이러한 꿈을 꾸게 해준 것도 에스페란토라고 했다. 그에게 꿈, 미래, 비전, 인류, 평화 등의 단어를 심어준 것 역시 에스페란토이다.


그는 에스페란토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팁도 잊지 않았다최근엔 외국어를 배우는 사이트 중에 듀오링고(Duolingo)’가 있는데 에스페란토 학습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저의 경우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읽고 말하며,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를 잠간씩 배운 적이 있다.”면서 여러 언어를 말하는 사람을 폴리글라트라고 하는데 대략 9개 국어 이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에스페란토 사용자 가운데는 17개 언어를 구사하는 회원도 있다.”고 했다.


에스페란토 사용자 중에는 언어학, 교육학 전공자가 많다. 여러 연구결과, 일단 배우기 쉬운 에스페란토를 먼저 배우고,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 현재 폴란드 포즈난 대학에는 대학원에 에스페란토 학과가 있고, 중국 자오즈앙 대학에도 에스페란토 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국내에는 명지대, 서경대, 단국대에서 선택과목으로 설강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외대와 경희대에서 선택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한국에스페란토협회와 서울에스페란토 문화원에서도 수강할 수 있다. 봄가을에는 대전과 경북 청도에서 열리는 정기 합숙에 참석하여 에스페란토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서 회장은 일제강점기에도 일본 사람 중 한사람이 조선 사람들은 조선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분이 바로 에스페란토 사용자였다.”면서 한 나라의 사람은 자국의 언어를 영원히 쓸 자격이 있고, 다른 민족과 소통할 때는 중립적인 에스페란토를 쓰자고 에스페란토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또 세계에 언어가 7000개 정도 있고, 에스페란토 외에도 150여종의 국제어, 세계공통어, 인류어, 만국공통어라는 게 있다. 그중 성공한 3가지 가운데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에스페란토라며 영어나 다른 언어의 30~40% 노력이면 배우고 습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스페란토는 희망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깃발에서도 볼수 있듯이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열려있는 꿈과 희망이다. 에스페란토는 국제화와 세계화의 지평을 열어주는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라는 말하는 서 회장.


그는 다시 한 번 나는 전 세계와 통할 수 있는 핵무기, 즉 에스파란토를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한국에, 용인에 살고 있지만 세계인들과 통하는 것이고, 세계인들이 용인에 있는 나와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수 :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영국 글래스고 대학 객원교수 역임,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현재 세계 에스페란토 협회(UEA) 아시아 오세니아 담당 임원, 한국 에스페란토 협회(KEA)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