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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庚子)년을 맞이하면서...

명리로 풀어보는 경자년
오광탁(음양서사연구소 심리상담 총괄)

 

[용인신문] 절기(節氣)에 쓰인 60갑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중에 경자(庚子)라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이 년(年)으로 왔을 때, 우린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아야 한해의 인간 세상을 조망하며 제 일을 도모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볍씨는 늦봄에 심고 보리와 밀 씨는 늦가을에 심으라는 말처럼, 계절과 사물의 성질을 잘 알아야, 올바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우리는 믿어 왔다. 그리고 그렇게 뭘 좀 알고 있어야 철 좀 들은 것처럼 처신할 수 있는 것이다.

 

경자(庚子)년을 흰쥐의 해라고 한다. 마치 지난 기해(己亥)년이 황금돼지의 해라고 하는 것처럼, 열두 띠의 동물과 천간(天干) 오행의 색깔을 붙여 만든 말이긴 하지만, 거기엔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경자(庚子)라는 단어는 계절의 때와 시간에 붙여진 이름이지 동물에 붙여진 이름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도 신통하게 황금돼지의 해엔 멧돼지의 포상금이 돼지 열병 덕에 20만 원이나 되어, 정말 돼지가 황금으로 둔갑한 것처럼, 엽총을 든 포수들에게 대박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세상천지에 다 일어났을 리도 없고, 분명 많은 일반 사람들은 돼지 구경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 띠의 동물을 들먹이며, 흰쥐의 해니까 실험용 흰쥐를 키워서 대박 나라는 말은 진짜 농담밖엔 안 될 것이다. 또한, 흰쥐의 훌륭한 성품을 들먹이며, 흰쥐처럼 자식 많이 낳고 살란 말도 좀 그렇다. 언제 우리가 흰쥐랑 같이 놀아 볼 기회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미키마우스와 톰과 제리에 열광하며 쥐를 사랑하는 국민도 아니니 쥐 이야기는 그만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쨌거나 육십갑자(六十甲子)는 시간의 이야기고 그중 경자(庚子)는 다른 육십갑자와 다른 차별된 자신만의 기운과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첫 번째가 순일함이다. 자기 색깔과 다른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子)는 대설과 동지와 소한이 있는 겨울왕국 기운이며, 자정의 시간처럼 아주 깜깜하고 모두가 가만히 움츠려 있는 꿈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온통 하나의 흰 눈 안에서 있거나, 한줄기의 사사로운 빛마저 눈꺼풀로 덮어버린 까만 밤이 된다. 그 속에서 모든 사물은 자(子)의 기운에 잠겨, 몸을 추스르며 새롭게 맞이할 봄날과 새날의 꿈을 자기만의 색깔로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천간(天干)의 경(庚)은 과거의 잘잘못을 찾고 고쳐서 새로운 틀과 질서를 다시 세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숙살지기(肅殺之氣)의 기운을 갖는다. 그리고 그렇게 천간지지(天干地支)의 두 글자의 기운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데,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자 하는 순수한 개혁의 의지가 경자의 두 번째 성격이 된다. 갑자(甲子)와 병자(丙子), 무자(戊子)와 임자(壬子)와는 다른 순수한 혁명의 의지가 경자(庚子) 안에 있는 것이다.

 

1960년 경자년에는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만든 학생들 중심의 4·19혁명이 있었고, 뉴 프런티어(개척자)의 정신을 외치면서 자유주의 표상이 된 케네디도 그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과거의 부패와 비리로 썩은 정신을 버리고 새롭게 탈바꿈하자는 의지로 일어선 것이다. 세종대왕이 집현전을 개설한 것도 경자년이었고, 아편을 없애겠다고 시작한 아편전쟁도 경자년에 일어났다. 또한, 신라가 새로운 율법인 율령을 세운 것도 경자년이고, 새로운 식민지 시대를 연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설립된 것도 경자년이었다. 그렇게 자(子)년에는 새로운 것이 잘 만들어지지만, 특히 경자년은 그것이 과거의 청산과 관련이 많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경자의 기운은 차고 순수하며 순일하다. 그래서 총알 하나만 쏠 수 있는 한 자루의 화승총이며,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촌철살인이다. 내가 죽든지 아니면 네가 죽든지 밀어붙이는 단일한 행동이다. 외부와 타협하고 받아들이는 현실적 소통보다는 순수한 꿈과 이상만이 전부가 된다. 그런 미숙함 때문에 경자들의 이야기는 성냥팔이 소녀의 꿈처럼 잠시 타올랐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경자의 세 번째 성질이며 기운이다.

 

잠을 잘 땐 우린 꿈을 꾼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이루어지든 말든 상관없이 꿈꿀 시간에 꾸는 꿈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꿈엔 교훈이나 생각할 것이 남는다. 그러니 꿈은 반드시 내 꿈이어야만 한다. 나의 순수한 마음에 따라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가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꿈이어야 달콤하다. 그러니 경자년에는 싫은 사람들은 만나지 말자. 싫은 것들은 하지 말고,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나답게 살아보자. 잠속에서 돈을 세고, 잠속에서 건설적인 일을 하며,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해도 깨어나면 한낱 꿈일 뿐, 공허하기만 할 것이다.

 

눈부신 현실과 동떨어진 조용한 자(子)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키고 간직할 것은, 내적인 충실함이지 겉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허례허식이 아니다. 순수한 이상과 영원한 나다움의 이야기가 있어, 아침에 깨어나도 내가 무엇 때문에 살아 있고,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당당히 말할 이야기가 있으면 된다. 그것이 종교이든 사상이든 신념이나 이념이든 다 좋다. 꿈은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2020년 경자년에는 제21대 총선인 국회의원 선거가 庚辰월 戊子일에 있다. 아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지 않는 교황같이 순일한 사람들이 선거에 당선될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찍을 것이고, 꿈과 마음으로 사는 한해이기에 머릿속에 주판알 굴리며 열심히 계산하며 사는 것보다는 마음과 마음을 같이 할 순일한 사람을 만나 종교에 귀의하듯, 눈을 감고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보는 행복을 누려보는 것이 경자년의 어울림이 아닐가 싶다.

 

경자년엔 진(辰)월과 신(申)월 그리고 자(子)월에 결정적인 일들이 생긴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자. 또한, 다음연도가 신축(辛丑)년이라서 이 기운이 임인(壬寅)년 오기까지는 계속 연결되어 간다. 자(子)년이든 축(丑)년이든 꿈을 꾸고 있는 시간이니까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말도 안 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것도 무자(戊子)년이고, 기축(己丑)년엔 자기 이상과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은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우린 2년 동안 꿈꾸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몽롱하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무엇이 나비고 무엇이 사람인지 모른 체 말이다.

 

하지만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말하듯 경자(庚子)의 순수한 이야기는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영혼의 양식으로 남을 것이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것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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