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지난 20년 동안 수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를 지키고 키우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던 느티나무도서관(수지구 동천동 소재). 민간 사립 공공도서관으로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년간 스무살을 앞두고 박영숙 관장의 고민이 컸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고민. 박 관장은 ‘지식의 동사화’라는 말로 미래의 역할을 풀어나갔다.
Q) 20주년을 맞은 소감은.
A 지난 2월 19일이 개관 20주년이었다. 재작년 말부터 도서관 생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운영비가 많이 든다. 재단에서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면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문체부에 기부채납 된다.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지속하려면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아직은 좀 꿈같지만 주변에 스타트업도 생기고 이른바 커먼즈라고 하는 문화가 생기면 도서관을 계속 이어나가자, 그런 움직임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시민자산화 해서 지역사회가 같이 꾸려나가는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20년을 전환점으로 본다면, 지난 20년 역할은.
A 함께 길을 찾는 도서관이었다. 삶에서 질문을 발견하고, 생각하고, 탐색하고, 좀 더 나은 길을
찾아가고, 또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협력해서 뭔가 시도해보기도 하고, 그래서 삶이 좀 나아지도록 하는 그런 장이었다고 생각한다.
Q) 구체적 성과라면.
A 굉장히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환경정의단체가 만들어지면 활동가로, 회원으로 참여하고, 독서회 모임이 발전해 공동육아를 실제 시도했고 그것이 수지 꿈의 학교가 됐다. 자원활동 하던 사람들이 성당, 상담센터, 작은 도서관 등 각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가로 이어졌다. 그게 꼭 도서관 때문만은 아니고 본인들의 잠재력과 의지와 지역에 살면서 환경에서 만나게 됐던 여러 요인들이 같이 작용을 했다고 본다.
Q)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A 가르치지 않아서 더 큰 배움터다. 짜주는 방식이 아니라 동아리, 독서회, 낭독회 등 각각 모임의 요구에 따라서 참고할 자료를 안내하는 정도다. 이런게 하고 싶다고 하면 자료를 컬렉션으로 만들어 참고할 수 있게 제공하거나 관련 작가, 연구자, 활동가를 초대해서 만나는 시간을 꾸며주는 식이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컬렉션이라는 방식이 발전했다. 사람들이 관심 갖고 고민하는 주제들을 모아놓은 코너인데 1층 맨 앞 입구에 전시돼 있는 책꽂이가 컬렉션이다. 여기에는 책 외에 신문스크랩, 저널의 기사, 논문, 용인시조례, 영화 등 관련 자료가 모여 있다.
Q) 컬렉션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A 컬렉션은 말을 거는 힘이 크다, 말을 걸면서 마을포럼을 계속 여는데 1층 열람실 한복판에 의자 확 깔고 패널도 초대하는 마을 포럼을 진행한다. 하지만 강의를 듣지는 않는다.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얘기한다. 다이어트, 가족과 연애 같은 일상적 주제부터 민주주의, 국정교과서 같은 무거운 주제 등 내용이 다양하다. 전문가 모셔놓고 사람들이 질문이나 자기 경험 이야기 하면 패널이 실마리가 되는 이야기 하는 방식이다.
Q) 전문가를 모셔놓고 강의를 듣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A 우리 상징은 물음표다. 관련된 컬렉션을 특별히 가운데다 놓고 그 기간에 전시하면 사람들이 그 주제에 대해 많이 읽고 생각한다. 아무말 대잔치가 아니다. 패널 모셔다 놓고 한 달 동안 쌓인 질문을 한다. 모인 사람들은 각기 이런 고민 있구나 공유하다가 전문가 이야기 들으면서 성장한다. 이런식으로 다르게 삶을 읽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문화가 쌓이고 다져졌다고 생각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참여한다.
Q) 동천동 주민들이 주로 참석하는가. 마을 공동체의 중심지 같다.
A 수지 사람은 다 오고 구성, 신갈, 수원, 성남 등 인근에서 다양하게 온다. 중심이라는 말은 안쓰고 공론장, 플랫폼이라는 말을 쓴다.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관계가 있다. 그런 활동과 관계망이 여기서 엮이고 확장되고 그런 플랫폼 역할이다. 행사가 있을 때는 각자 먹거리를 가져와서 함께 나눠먹고, 수다를 떨면서 영화도 보고 밤 늦도록 토론과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Q) 2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방향은 어찌 잡고 있나.
A 우선 확산을 고민한다. 이런데 아직 참여하지 않거나 못하는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채널을 계속 고민한다. 또 하나는 먹고 사는 일, 일상의 삶, 관계와 같은 부분에 좀 더 힘을 쏟아서 북돋아보자 그런 생각이다. 지식의 동사화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책을 쌓아놓는 게 지식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길을 찾는 과정을 지식이라고 본다. 먹고사는 부분에서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고자 지난해에는 메이커 스페이스도 만들었다.
Q) 메이커 스페이스의 역할은 무엇인가.
A 3D프린트만 놓자고 만든게 아니다. 동네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여기서 일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을 수 있는, 머물며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보자. 꼭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아니라 이 안에서 자라면서 만난 이웃들 속에서 내가 그 사람의 삶에 기여하고, 그게 또 나의 생계수단이 되는 그런 수단이 돼보자는 의미에서 메이커스페스를 만들었다. 여기 사람들의 정서나 인식의 변화에 맞게 일자리들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Q) 경제활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인가.
A 여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오디션 프로였던 슈펴밴드처럼 메이커밴드를 실시해 동기유발을 시킬 생각이다. 목공, 바느질, 아이티에 밝은 사람들이 만나서 뭘 만드는거다. 1등한테 상을 주는 것 보다 여기를 이렇게 후원하겠다. 제품화하면 아파트 대표한테 얘기해서 어떻게 팔아주겠다 식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기존 창업은 초기자본 얼마 시설 얼마 식인데 이걸 바꾸는 다른 컨셉이다. 공유경제, 플랫폼경제 이런 얘기하는데 이 안에서 돈으로 공유하지 않는, 우리의 관계가 자본이 되는, 신뢰와 협력으로 누군가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문화를 시도해보고자 한다.
Q) 도서관장 외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용인시 협치위원회 이런데 참여하고 있는데 처인지역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농촌과의 교류가 중요하다. 사업성도 생길 것으로 본다. 농산물을 잘 가려서 잘 디자인 해서 잘 포장해서 브랜딩을 하거나 운송하거나 그게 다 일자리다. 마을 일자리를 디자인 하는, 앞으로 이런 것이 지역을 바꿀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Q) 경찰대 운영방안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파트를 짓더라도 단지형 아닌, 틀만 바꿔도 여지가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찬을 만들어서 나눈다든가, 아주 소소한데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반찬을 배달하는데 자전거 부대를 만들어서 아주 짧은 긱 이코노믹 일자리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Q) 올 1년 계획은 어떤가.
A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해 계속 천착해서 고민하는 시간으로 보낼 것이다. 다양한 파트너, 주체들을 만나고 대화도 하고 길을 찾는 시간으로 보낼 생각이다. 컬렉션 들고 다른 곳에 나가서 버스킹도 하고, 다양한 삶을 읽고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