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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사람 중심의 용인, 기억을 싣고 달리는 마을버스

안수연(동화작가·문학박사)

 

[용인신문] ‘사람 중심의 용인’

 

집 앞 네거리에 붙은 현수막의 문구다.

 

고3이 된 막내가 처음으로 대형 학원에 등원하는 날이었다. 새벽 2~3시 까지 입시 공부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딸은 토요일 아침 7시 50분에 알람을 맞추고 잔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입에 밥알을 걸치고 가는 막내를 데려다 주었다.

 

“오늘도 화이팅!”

 

응원을 보내고 뒤돌아섰다. 빵 굽는 냄새가 나를 휘감았다. 그 유혹에 빠지려는 순간, 23번 버스가 도착했다. 여느 버스와 다르게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기사님은 미금행에서 구성행으로 표지판을 바로 바꾸며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빵 드실래요? 집사람이 구운 빵입니다.”

 

거절할 수가 없어서 받기는 했지만, 깔끔한 기분은 아니었다.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와 달리 빵을 건넨 기사님은 행복해보였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는 아저씨의 미소는 아침햇살이 가득 내려 앉아 눈부셨다. 가을의 아침 찬 기운을 싸악 가시게 하는 따스함이었다. 이런 따스한 미소가 낯설지 않았다.

 

미러 속 아저씨의 얼굴을 계속 응시했다.

 

‘아!’

 

10년 전 용인으로 이사 왔을 때 큰아이에게 빵과 김밥을 주었던 버스기사님이다. 그날 낯선 사람의 친절은 경계하라고 아이를 나무랐었다. 나중에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던, 늘 웃으며 승객을 맞이하신 분이었다는 걸 알았다. 얼굴이 붉어졌다. 미안했다.

 

뒤늦게 기사님에게 인사를 했다.

 

“기사님,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하하! 자, 출발합니다.”

 

기사님은 내 눈빛을 읽은 듯,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버스 안에는 쇼팽의 녹턴이 흐르고 있다. 버스가 지나가는 길가에는 봄에 한창 흩날렸던 벚꽃 잎이 단풍이 되어 거리를 덮고 있다. 삼삼오오 하하호호 웃는 붉은 단풍아래의 소녀들이 보인다.

 

창문사이로 나의 소녀시절이 생각났다. 고요함 속에 흐르는 쇼팽의 피아노곡과 천천히 달리는 버스 바깥의 가을 풍경은, 잠시 잊고 있었던 시간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기억의 바퀴를 달고 클래식을 태운 버스에서 내렸다. 횡단보도를 건넜다. 바람이 살랑인다. 파란 가을 하늘아래 현수막이 펄럭인다.

 

“사람 중심의 용인”

 

마을버스 기사님과의 기억을 싣고 용인을 달리고 온 오늘, 펄럭이던 글자 하나하나가 마음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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