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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베이스 구축과 전문인력 확충 시급

김성태(경기문화재단 수석연구원)

 

 

용인학 제언

 

[용인신문] ‘용인학 연구 활성화를 위한 학술토론회’가 지난 7일 용인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기조 발제와 3개의 주제문 중 경기학 전반에 대한 실무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용인학 정립과 진흥을 위한 소견’이란 주제를 발제한 김성태 경기문화재단 수석연구원의 원고를 요약, 수록한다. -편집자 주-

 

#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바로 지금 여기서’ 실행할 수 있는 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위론과 명분론이 섞인 구태의연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지양하고, 중단기 사업으로 용인시의 예산 범위 내에서 바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하여 내년부터 바로 한두 사업이라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시‧군 단위는 지역학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에 대한 기초자료의 발굴, 기록물의 아카이빙, 문화변동의 기록화 등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학은 연구보다 조사와 기록에 전력해야 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세거문중 고문서의 발굴, 시민의 생애 구술사 탐방 취재, 사회공동체의 활동 기록과 소개, 사라지는 마을의 기록화, 비지정 문화재의 발굴과 심층 조사 등을 들 수 있다.

 

필자의 전공과 관련해서는 개발에 따른 문화재 조사 성과의 아카이빙이 필요하다고 본다. 용인시는 우리나라에서 택지개발이 두드러지게 이루어진 곳이다. 그런 만큼 사라진 마을과 유산도 많다. 이들에 관한 개발 이전의 사진이나 발굴조사의 성과는 발굴 전문기관이 보관하고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아카이빙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권한다.

 

#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전문인력 확충 시급

현재 경기도 사이버도서관에서는 ‘경기도 메모리’를 통하여 경기도와 31개 시‧군에서 발간된 도서들을 원문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용인학연구소’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기존에 발간된 도서 중에서 경기도 메모리에 누락된 것들이 원문서비스 되도록 하고, 신간 도서는 바로 PDF를 제공해야 하겠다. 그래야만 용인학이 이룬 성과를 용인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고, 또 지역학 종사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아울러 전문인력의 값싼 수혈이 중요하다. 현재 용인학에 종사하는 조사자와 연구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강단학자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연구자는 드물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용인학 연구자의 대거 수혈이 요구된다. 그런데 탄탄한 학문적 기초를 지닌 연구자를 양성함은 긴 시간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쉬운 일도 아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용인과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강단학자들을 용인학에 동참시킬 것을 제안한다. 일단 용인 거주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력풀을 마련하면 좋겠다. 참고로 족보연구가 연세대 이석호 명예교수께서 용인문화원에서 활동하신 점은 그 본보기라 하겠다.

 

# ‘용인학 연구자모임’ 결성 제안

다음은 연구공동체의 결성과 활성화다.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에서는 ‘경기학연구자모임’을 2018년 결성, 현재 회원이 250명이다. 지역학과 문화유산에 관심이 있는 애호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용인학연구소에서도 용인학의 조사, 연구, 콘텐츠 개발, 활용을 함께 추진할 ‘용인학연구자모임’을 빨리 결성하면 좋겠다. 그리고 이들을 용인학 발전의 첨병으로 적극 활용하고, 사업의 동반자로 자리매김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중요한 것은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지역학은 공급자 즉 연구자 중심이었다. 도민 혹은 시‧군민의 수요가 무엇인지 별로 크게 관심이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사업이 기획되지 않고, 오히려 연구자 중심의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졌다. 더 심한 경우에는 지역 집단의 소수 연구자의 이해관계가 우선시되는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필자는 용인학이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용인시민을 염두에 둔 소위 ‘찾아가는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본다. 어쨌든 용인학에 종사하는 관련 조사자들이 자신이나 소속집단의 이해관계에 얽매여서는 ‘새롭고 알찬 용인학’으로 변모할 수 없다고 본다.

 

# ‘용인학 잡지’ 발간 제안

경기학센터의 성공적 사업 중 하나는 현재까지 10호가 나온 계간지 『경기학광장』의 발간이다. 처음 경기지역학 잡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실무 담당자였던 필자는 전문학술잡지는 필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지역학 애호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글을 올릴 수 있는 도민참여형 잡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열린 잡지’를 지향하였으니, 주제도 토박이 구술, 외길 인생, 전통마을, 산행, 힐링명소, 책 소개, 유적탐방, 경기도의 맛, 책 소개, 학예사 코너, 연구 노트, 논고 등 다양할 수밖에 없고, 원고공모의 문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 용인학연구소에서도 이를 참고한 ‘용인학잡지’를 발간하길 바란다.

 

# 용인문화자산 목록화 시급

용인의 문화자산을 목록화하고 그중에서 용인에만 있는 것,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 용인에만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것을 선정하여 핵심사업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이는 용인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탐색하고 선양하는 일이기도 하다. 필자의 전공과 관련해서는 ‘용구 현치고’가 가장 주목된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읍치소가 있었던 곳으로, 단위 면적당 발굴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밀도 있게 이루어졌고, 발굴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아울러 할미산성이 배후에 있어서 군현성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또 모현읍에서 한사(寒士)로 평생을 보낸 서파 류희의 삶과 학문도 용인의 문화자산이다. 그는 100여 권의 저술을 남긴 통유(通儒)로, 문화부가 선정한 ‘이달의 문화인물’이고, 동아시아 실학자 99인 중 한명이다. 모친 이사주당과 함께 용인의 귀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 도시 규모에 맞게 고유예산 배정 필요

마지막은 개인적 소견으로 용인학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필자는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용인학은 다른 시군에 비하여 뒤떨어져 있다. 시세(市勢)에 비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용인학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생각도 떨칠 수 없다. 일 자체보다는 사람 관계가 더 중시된다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뭔가 산만하다는 느낌이다. 이는 곧 조직화, 체계화, 전략화, 안정화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아쉬움은 경기도 31개 시군 대부분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저희 경기학센터도 기존에는 위와 같은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2018년 재단으로부터 고유예산을 배정받고, 지역학에 식견과 통찰력을 가진 분이 책임을 맡는 한편, 외적 구속과 제약을 거의 받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일신(一新, 日新)할 수 있었다. 이번 학술세미나를 계기도 용인학연구소도 진정한 지역학연구소의 면모를 갖추고, 알차고 좋은 성과물을 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