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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서평> 1980년대 우리들의 학교가 나타났다

『1986,학교』 한상준 지음 | 문학들 | 2022년 05월 05일 출간

[용인신문]                      『1986,학교』 한상준 장편소설을 읽고 ....   

                                                                                                                   김젬마(시인·사진작가)

 

우체부가 초인종을 누른다. 소포물 이름을 확인한다. 분명 내 이름의 소포, 멀리 태평양을 건너온 한글 주소,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아득함 속으로… 한 번씩 시간의 역사 속으로 자신을 들여보는 시간에 초대받는다. 포장지를 열고 나온 『1986,학교』 익숙한 연대를 받아 안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1900년대부터 그 숫자는 DNA가 발동하고 있는 익숙한 숫자, 친근하고 친숙하다. 나와 떨어지지 않는 숫자의 조합이다. 이렇게 1986년을 만났다.

 

교단에서 치열하게 교육개혁과 혁신, 문학 활동을 하다, 산중에 토굴을 짓고, 채소밭을 일구며 소설을 쓰는 한상준 소설가의 이번 소설은 학교 교육 현장의 사건과 역사에 점철된 1980년대의 암울한 시대의 고발이기도 하다. 소설 속의 리얼리티(reality)는 역사를 기억하고 반성하며 새로운 희망을 고대한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지만, 상상을 통해 쓴 픽션(Fiction)이다. 소설속 인물들은 그 시대를 뜨겁게 살아낸 인물들이다.

 

숨죽이며 들어간 소설 읽기, 먼저 발동하는 1980년 ‘광주민중항쟁’ 아직도 미완의 반성과 그 정신을 온전히 감내하지 못하는 국민들 사이에 사건은 우리에게 그대로 남아있다. 1986년은 민주항쟁 그 언저리 후, 군부독재의 고발과 교육현장을 꼭지꼭지 소설의 무대 안으로 들여온다. 외국에서 먼저 알려진 광주의 참혹한 참살 현장을 비디오로 보고 통곡해야 했던, 지금도 여전히 미완의 미해결 역사로 가슴을 흔들고 있다.

 

한상준 소설가의 타고 들던 가슴속 이야기, 탄식과 울분, 교사들의 교육이념 부재, 들이 받치는 교육현실,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교육, 인간화 교육, 민주교육을 부르짓으며, 자본의 손에 맡겨진 부모들의 선택, 학교와 교사들의 갈등, 학생과 교사들의 방황, 그 속에서 벌어지는 교육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소설 속 교사들의 고뇌, 그들의 교육 현장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표현 했지만 참혹한 교육 사건이 더 많다. 1986년 ‘5·10교육민주화 선언’이 있던 시절을 살아보지 못한 1980년 이후의 교사들, 학생들, 학부모들 한국 교육현대사의 면면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소설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렇게 메시지를 던진다. “엄혹한 군사독재가 거의 모든 부문과 부분에서 획책 되던 시절인지라 단위 학교에서 어느 개별 교사가 옳고 아름다운 교육 행위를 실천하기에 너무 버겁고 처절한 80년대의 학교는 요즘 젊은 교사들에겐 그야말로 상상이 안 되는 용광로 같은 곳이기도 했다.” 실감할 수 없는 인류의 뼈아픈 사건은 역사를 공부하며 상기하고, 평화를 갈망하며 나아간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작가는 “학교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 교육은 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강고히 차용되는 제도적 장치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교 교육은 가진 자들의 계층 상속을 위해 합법적으로 적용되고 복무해 왔기에” 학교는 첨예한 갈등 구조 속에 있으며 그런 학교를 소설 속에 투명하게 담아내고 있으니 학교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아야 할 젊은 교사들이 특히 애써 읽어 주길 작가는 바란다.

 

이름하여 작가는 “벌떡교사” 였다.

 

교육현장에서 지친 교사들이나, 자녀교육에 고심하는 학부형, 교육제도를 담당한 교육부 관계자들, 건강한 학교 교육을 위해 벌떡교사들의 정신과 행동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소설은 들불처럼 번져 많은 이들이 80년대의 역사 현장으로 배역이 되어 따라가 보길 권한다. 뜨겁게 읽고 가슴에 울리는 웅성거림이 평화의 갈망이 아닐까 싶다.

교육현장이나 학교, 도서관 공공기관에서 선정도서로 채택하여 많은 이들이 읽고 우리의 미래 교육에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주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 교육문제의 고민은 끓임 없는 숙제이며 과제일 것이다. 교육이 무엇인가, 학교가 무엇인가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권장할 가슴 뜨거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