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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열두 종류 애벌레가 성충이 되기까지 '서사시'

소설가 이상권 에세이 '위로하는 애벌레' 출간

신화를 읽듯 매혹적이고 환상적인 글 매료

 

[용인신문] 소설가 이상권이 애벌레의 삶을 들여다보며 써내려간 12편의 에세이 ‘위로하는 애벌레’가 궁리에서 출간됐다. ‘위로하는 애벌레’는 “환상적이면서도 수다스럽고, 영원과도 같은 애벌레의 침묵”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숲과 애벌레의 신화를 읽듯 매혹적이고 환상적인 글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 그리고 미래의 시간까지도 더듬어볼 수 있다.

 

작가는 나방이나 벌 등의 어른벌레가 되기 전, 애벌레의 시간을 바라보면서 열두 종류의 애벌레와 그에 얽힌 일화, 고민, 성찰을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한 열두 편의 글로 썼다.

 

주홍박각시 애벌레, 대왕박각시 애벌레, 매미나방 애벌레, 가중나무고치나방 애벌레, 맵시곱추밤나방 애벌레, 반달누에나방 애벌레, 거세미나방 애벌레, 현무잎벌 애벌레, 차주머니나방 애벌레, 참나무산누에나방 애벌레, 큰빗줄가지나방 애벌레, 유리산누에나방 애벌레.

 

책에는 모두 12종의 애벌레가 등장한다. 뱀처럼 생겨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애벌레도 있고, 농부들의 골칫거리 애벌레도 있다. 작가 역시 애벌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작은 초록 애벌레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날마다 지켜보다 보니 믿을 수 없게도” 애벌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고 있다.

 

“애벌레는 아이들이 다가오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주었다. 아이들의 말랑거리는 손이 다가와도 전혀 놀라지 않다가, 누군가 짓궂게 건드리면 ‘싫어, 하지 마!’ 하고는 머리를 옆으로 휘저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애벌레가 정확하게 감정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애벌레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때로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힘이 되고,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존중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본문 중에서)

 

‘위로하는 애벌레’는 지난 30년간 작가로 살아오면서 품어온 고민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이들에게서 배운 것은 “애벌레처럼만 살면 되겠다”는 확신이다. 

 

“이 책은 애벌레에 대한 서사시입니다. 오감과 상상력을 동원해 애벌레의 운명을 노래했습니다. 애벌레는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와 미래의 시간까지도 다 안고서 살아갑니다. 그들의 역사 속에는 풀과 나무, 바람과 땅, 물과 햇볕 그 모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작가의 딸 이단후는 어린시절 이 책에 나오는 참나무산누에나방 애벌레에게 ‘통통이’와 ‘늦나돌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풀꽃과 애벌레를 그리고 놀면서 성장한 이단후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애벌레들의 낯설지만 생동하는 우주가 색을 더했다. 최대한 색연필만을 사용해 따뜻하면서도 친근하게 담아냈다.

 

이상권 작가는 1994년 ‘창작과비평’에 소설을 발표한 후, 풀꽃, 동물들의 삶, 생명의 힘 등을 문학에 담고 있다. 일반문학과 아동·청소년 문학 등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시간 전달자’, ‘서울 사는 외계인들’, ‘위험한 호랑이 책’ 등 다수가 있다. 소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현재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를 비롯해 10여 권의 책이 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