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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인생의 황금기를 합창 화음과 함께”

40여명의 할머니 꾀꼬리들…노래 매력에 ‘흠뻑’
만남/| 수지 남·녀 실버합창단

   
 

81세의 최경진(상현동) 할머니는 매주 목요일 신봉동을 찾는다. 목요일은 수지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일주일에 한번씩 유일하게 합창연습을 할 수 있는 날.

비록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오후 4시간뿐이지만 최 할머니는 “노래하다보면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게된다”면서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최 할머니는 수지 남·녀 실버합창단의 가장 어르신이자 멋쟁이로 통한다.

단정히 자른 머리위의 흰색 모자와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단아한 원피스 거기에 편한함과 동시에 멋스런 구두 젊은 패션니스트들 못지않은 감각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

최 할머니와 더불어 함께하는 실버 단원들도 곱게 화장한 얼굴, 금방 미장원을 다녀온 듯 잘 정돈된 머리,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커다란 금속 귀걸이, 게다가 쌀쌀한 날씨 때문에 두른 스카프마저 놀라운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듯 하다.

수지남녀실버합창단(단장 안용분)에서는 “60세의 나이가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어르신들의 즐거운 노래 속에 묻어난다. 합창단을 이끌어가는 중심 연령이 70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하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으로 치면 20대에 활기와 30의 그 무엇보다도 뜨겁다.

수지남녀실버합창단에서는 56∼81세 40여명의 할머니 꾀꼬리들이 중앙대학교 박정태 교수의 지도로 노래를 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즐기고 있다.

노래 소리로는 절대 ‘실버’라고 생각되지 않는 고운 목소리들. 여학교 음악실에서 울려 퍼지는 소녀들의 합창과 다름없다. 노래를 통해 소녀가 된 할머니들은 연습이 있는 날이면 가장 멋진 모습으로 달려와 ‘노래의 즐거움’에 빠진다.

임시로 쓰고 있는 연습실 때문에 일주일에 1번 4시간을 몰아서 연습한다. 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진행되는 연습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연습에 열중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교내합창대회를 앞둔 여학생들의 모습과 다름없다. 신산했던 지난 세월, 꽁꽁 감춰뒀던 소녀들의 소중한 꿈들이 인생의 뒤안길에서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다.

최순자(상현동 61) 할머니는 “뛰어난 실력으로 지도해 주시는 지휘자 교수님을 만나게 해준 실버합창단이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르겠다”며 “노래도 배우고 인생의 선배들과 함께 하고 연습시간이 얼마나 기다려 지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노래로 찾은 어르신들이지만 이들이 지금 연습실로 사용하는 곳은 임시로 마련된 곳이다. 실버합창단의 모든 살림 또한 월 2만원의 회비로 충당된다. 그렇다보니 지휘자와 반주자 등 모두 봉사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위해 노력한다.

지휘를 맞고 있는 중앙대 박정태 교수는 실버합창단원들을 위해 먼 거리를 오가고 반주자 또한 실버합창단 정혜원씨의 며느리로 보수는 없다.

단장 안용분씨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노래가 좋고 그 노래로 인생을 함께 써가는 단원들이 있어 수지남·녀실버합창단은 영원할 것”이라며 “우리 합창단의 열정이 용인을 빛 낼 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지남·녀실버합창단은 오는 10월 경 정식으로 창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아무것도 없는 탓에 막막한 건 사실이지만 노래하나로 똘똘 뭉친 어르신들이 있기에 가능해 보인다.

안용분 단장 할머니는 “노래를 사랑하고 또한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삶이 좋은 분들에게 실버합창단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주저 없이 실버합창단의 문을 두드려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한다”고 전했다. (문의 단장 안용분 011-9042-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