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民間人)
김종삼
1947년 봄
심야(深夜)
황해도 해주(海州)의 바다
이남(以南)과 이북(以北)의 경계선(境界線) 용당포(浦)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水深)을 모른다.
전쟁 직전의 고요. 몰래 배를 타고 월남을 하는 사람들. 그 틈에 핏덩이가 제 어미 품에 안겨 난생 처음 밤이슬을 맞고 있었을 것이다. 영아는 어딘가 불편하다고 말하고 싶었겠지. 말 못하니 울 수밖에 없었겠지. 들키면 모두 죽은 목숨이었기에 누군가 어미로부터 영아를 빼앗아 바다 속에 집어넣었겠지. 어미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제 손으로 제 입 틀어막았겠지. 다시 그런 일 없기를. 지금 다시 전쟁을 말하는 사람들아! 다시는 어린 아이를, 우리의 미래를 물속에 집어넣지 말자. 어른의 때 묻은 욕망을 위해 어린 아이의 천진을 빼앗진 말자. 시인 김종삼은 황해도 은율 사람, 지금은 송추 울태리 길음 성당묘지에 잠들어 있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
■ 박후기 : 1968년 경기도 평택 출생. 2003년 『작가세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가 있다.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