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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4|죽고 난 뒤의 팬티 | 오규원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者도 아닌 죽은 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다. 무엇이 더러움인지 알 수 없는 날들이다. 필자 또한 팬티의 ‘상태’를 걱정해 본 적 있다. 물론 죽고 난 뒤의 일을 걱정했던 것은 아니지만, 숨기고 싶은 비밀도 결국 들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전에 오규원 선생은 ‘허위’와 ‘관념’에 사로 잡힌 ‘시’와 ‘생활’에 대해 질타를 하시곤 했다. ‘척’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시에는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生밖에’ 없다고……. 더러움을 숨기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눈동자를 굴려’야 하는 것일까? 내 마음이 더러운 팬티보다 부끄럽지 않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팬티야 갈아입으면 된다지만 더러워진 마음은 어찌할 것인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