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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6 |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울림을 주는 시-6  |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돌고 돈다. 산다는 게 반복의 연속이다. 생각해보면, 어제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가끔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그냥 눌러 앉아 살자고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어쩌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걱정부터 앞서고, 제발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생각하는 권태로운 사람들도 ‘이탈’ 앞에선 두려움 반 기대 반일 수밖에 없다.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 가끔은 이탈한 자의 자유를 느끼고 살 필요가 있다. 어차피 우리는 돌고 도는 지구의 시민 아니겠는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