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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9 | 얼룩에 대하여 | 장석남

얼룩에 대하여

             장석남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가야 하리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돈과 사랑, 명예 같은 것들이 나의 전부는 아닐 것인데, 아니,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정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나이 마흔 살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에 몰입하느라 지쳐 어느새 얼굴에도 얼룩이 질 나이. 누구에게나 마흔 살은 오느니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앞에 두고’ 얼룩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마는, 그래도 얼굴에 얼룩 만드는 일 없이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갈 일이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