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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11 | 의자 | 이정록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홍성 사람 이정록 시인은 참, 구수하다. 겉모습과 입담은 하도 구수해서 술자리에서 옆에 앉으면, 자리 뺏길까봐 화장실 가기가 싫을 정도다. 속마음이야 꼭 들여다봐야 아나. 보령 진흙 머드팩처럼 미세한 슬픔이 그의 가슴 언저리에 가라앉아 있을 것이란 걸 선수들은 금방 알 수 있다. 얼근하게 잔이 한 순 돌면 드디어 그가 일어난다. 허리띠를 빼들고 ‘변사’가 되어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목 놓아 부르는 것이다. 그의 시가 점점 짧아진다. 그만큼 깊어졌다는 얘기. ‘사는 게 별 거냐’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시인의 어머니 말씀이 시다. 내일은 의자가 되어볼 셈이다. 의자가 별 건가. 마음 엎드려 따뜻한 등 대주면 그 게 의자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