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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편-12 |김량천의 안개 | 김종경

김량천의 안개 | 김종경

안개처럼 떠다니던 삶이 가벼워
그들은 항상 술을 퍼마셨고,
가끔은 안개가 범람하는 김량천에 몸을 던졌다
안개를 몰고 다니던 신작로 가로등도
허기를 태워 불을 켜고 있는지
포장마차에서는
누구나 안개를 그냥 술처럼 마신다
흔들리는 불빛에 만취한 노래는
안개가 쌓인 둑방을 넘지 못해
김량천 너른 변에 서서 오줌을 갈긴다
일렬횡대로 웅크린 포장마차 불빛들은
안개의 생살을 찢고 나와 꽃상여처럼 두둥실
이따금 구겨진 담배꽁초들이
술 취한 언어와 함께 안개 속에 버려지고
그중 몇 놈은 욕설과 멱살잡이를
또 다른 몇 놈은
집어등(集魚燈) 같은 불빛을 따라
김량천 안개에 속살까지 흠뻑 적셨다.

 

 


이제 가을, 김량천에 곧 안개 시즌이 시작될 것이다. 안개는 사물을 가리지만, 그 속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개 때문에 제 마음 속을 들여다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을 가리면 마음으로 보게 되는 이치가 바로 그런 것. 용인 토박이 김종경 시인은 ‘안개를 그냥 술처럼 마신다.’ 김승옥은 소설 「무진기행」에서 ‘무진’의 특산물이 안개라고 했지, 아마도. 높은 교각 위로 으스대며 달리는 경전철보다 낮은 곳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김량천의 안개가 훨씬 더 인간적이지 않은가. 누가 뭐래도 이제부터 용인의 특산물은 김량천의 안개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