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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편-16 |부담 |김승일

부담

김승일

동생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도 양아치였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깨달아버린 것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양아치보다는 학교에 가는 양아치가 더 멋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죽고 세 달이 흐르자, 숙제가 밀리면 그 숙제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형의 방식. 형이라서 라면을 먹어, 역기도 들고, 찬송하고, 낮잠을 때리지. 형이라서, 형이라서 배탈이 났어요. 나는 학교에 늦게 간다. 하고 싶다면 너도 형을 해. 그러나 네가 형을 해도. 네가 죽으면 내 책임이지.

학교에서, 나는 농구하는 애. 담배 피는 애. 의자로 후배를 때린 선배. 아버지가 엄마보다 늦게 죽을 줄 알았어. 자주 앓는 사랑이 오래 사는 법이니까. 부모가 동시에 죽고, 이제 누가 화장실 청소를 하나? 형이라서 배탈이 났어요. 이십 분 간격으로 물똥을 눈다. 창피하게. 동생이 옆에서 샤워를 한다. 구석구석.

친구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뒤에도 나는 학교에 남아 침을 뱉는다. 구령대에서, 나는 침을 멀리 뱉는 애. 부모가 죽고 세 달이 흐르자. 부모가 죽고 네 달이 흐른다. 그리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동생이 뛰어온다. 변기에서 쥐가 튀어나왔어. 괜찮아. 내일부터 학교에 오자. 똥은 학교에서 누면 되지. 그래 그러면 된다.

‘부담’이라는 이 시를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나 친구 혹은 동생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아시겠지만,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거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모든 일은 사소하다. 먼지가 모여 별이 되는 일이 그러하다. 말 같지도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이 시가 그러하다. 김승일 시인은 87년생, 스물넷이다. 마흔 넷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이. 그래서 이 시가 부담스럽고 또 한없이 부러운 것이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