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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7 |황로 | 정우영

황로

정우영

 

독도 사는 황로의 배를 가르자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새들이
오밀조밀 뱃속에 숨어 있었다.
황로가 콕콕 찍어 삼키기도 전에
작은 새들은 스스로 원해서
황로의 부리를 밀고 쏙쏙 뛰어들었다 했다.
적당히 삭은 작은 새들은
새근새근 단숨을 내쉬면서
뱃속이 참 나른하다고 말했다.
내가 다시 조심스레 황로의 배를 꿰매자
황로는 트림하듯 부리를 벌렸고
나는 냅다 부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제 그만 세상과의 소통은 접고
나도 어딘가 나른한 곳에 숨어서
적당히 삭아지고 싶은 것이다.

벼랑 위 둥지 속 어린 새들에게 어미의 입은 생명줄 그 자체. 새끼들은 어미가 목구멍을 벌려 토해 놓은 먹이를 먹고 자란다. 본능적으로 어미 입 속에 제 머리를 들이밀던 어린 새들은 어미가 아닌 다른 새가 날아와 입을 벌려도 머리를 들이민다. 먹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몸을 먹이로 삼기 위해서 벌린 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생사 구별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어찌 새들만 벼랑 위에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아파트 역시 위태로운 벼랑에 다름 아니다. 어린 새들처럼, 우리도 매일 매일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우리만 모른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