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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문화정책 없는 용인시가 창피하다

얼마 전 수원시가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고은(79) 시인의 거처를 수원 광교산 자락에 마련해 주기로 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접했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이 수원에서 정조의 인문학을 연구할 수 있도록 시립 생태학습장이 들어설 광교산 자락의 옛 이안과 원장 사택을 리모델링해 제공한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이르면 9월말 까지 공사를 완료하고,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는 10월에는 고은 시인의 거처를 수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단다. 노벨상 수상 여부를 떠나 고은 시인을 통해서 지역문화발전을 기대하는 수원시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원주에서 살다가 작고했고, 그 자리엔 ‘박경리 문학관’이 들어왔다. 또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화천군에서 제공한 작업실에서 거주하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필자는 이번 보도를 보고 내심 속이 상했다. 고은 시인은 당초 용인시로 이사 오길 기대했었다. 1년 여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용인으로 이사 오길 원했고, 그 사실이 용인신문에도 보도된바 있다.

이후 기자는 수차례 이런 내용을 시 측에 전달했지만, 아무런 리액션이 없었다. 그런데 수원시는 논란 속에서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고은 시인 모셔가기에 성공한 것이다.

고은 시인은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거론될 만큼 세계문학의 거목이다. 문학적인 평가야 엇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역사 인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광기어린 그의 천재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등단 50년, 반세기를 오롯이 문학의 힘으로 살아온 노 시인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도 각계에서 다양하게 진행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도 문학청년들 못지 않은 창작품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 얼마 전 창작과비평에 발표한 그의 작품 <소원>은 그야말로 걸작중의 걸작이었다. 제주도 똥도야지 이야기를 썼는데, 그가 제주도 명예시민인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 하나의 기억때문에 우울해진다. 1990년대 후반쯤 기자는 용인문학회에서 향토사학계와 함께 용인 기흥 농서리 출생의 시인 노작 홍사용(1900.5.17~1947.1.7)의 생가복원을 추진한바 있다.

결과는 용인시와 경기도에서 불가 통보를 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런데 2000년들어 화성시가 ‘노작홍사용 문학관’을 건립했다. 전국 대상의 ‘노작문학상’을 운영하는 등 화성지역문화발전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그걸 보면서 솔직히 놀랍고 부럽고 창피했다.

용인시의 문화행정을 보면서 느낀 안타까움은 또 있다. 용인에는 한국민속촌이 있고, 그 옆엔 백남준 아트센터, 경기도박물관, 경기도국악당,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등이 운영 중이다.

한 개의 주제마다 수백 억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 놨으니 호박이 넝쿨째 떨어진 셈이다. 그런데 용인시는 여전히 소 닭 보듯 하거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 다른 지자체 같았으면 벌써 온갖 발상을 다했을 것이다. 용인시가 문화라는 힘을 너무 모른다는 뜻이다.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법. 용인시를 보면 죽어있는 행정이란 생각이 든다. 시의원들과 문화예술계의 책임이기도 하다. 인구100만 도시에 전문가 집단의 인력풀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무늬만 화려한 행정과 그 나물의 그 밥이라는 민의의 전당. 시민들은 또 언제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런 불통의 지방자치를 보고만 있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