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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보조금 정책의 행정편의주의 발상

경전철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용인시가 이번엔 납득하기 어려운 민간보조사업 정책을 실시해 지역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는 그동안 경전철 사업 등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선심성 대형 사업 뒤처리를 하면서 재정난에 봉착하자 별의별 아이디어를 동원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재정난 극복을 위해 예산을 줄이겠다는 원론적 입장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실무 부서의 검토와 시의회 심의 등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받아 실시되는 보조금 사업에까지 상식밖의 규정을 신설해 규제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시는 내년도 예산편성작업을 하면서 사회단체 보조금 사업자에게 재정악화를 이유로 자부담 30%를 원칙으로 하고, 이를 선입금하는 선결 조항을 신설했다는 것. 자부담 30% 부담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를 선입금해야 예산을 지급하겠다는 발상에는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 배경의 이면을 곰곰이 뜯어보면 보조금 사업에 대한 행정기관의 깊은 불신과 함께 웬만하면 예산지원을 하지 않겠노라는 얄팍한 속내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시는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캐시 카드를 제공하는 등 숱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용인시는 타 시군에 비해 보조금 정산이 매우 까다롭기로 소문 나있다. 그런데 자부담 신설과 함께 선입금을 하라는 것은 돈 없는 문화예술· 체육단체들에게 기회마저 박탈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보조금 신청 단체들이야말로 돈이 없기 때문에 공익성을 인정받아 시 예산을 받는다는 것이다. 돈이 있다면 왜 공무원들과 시의원들에게 굽실거려가며 까다롭게 정산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보조금 신청을 한단 말인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나 이익단체가 아닌 순수 민간단체들에게 자부담 선입금을 요구한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결국 유전보조(有錢補助) 무전부조(無錢不助)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민간보조사업 단체들은 대부분 문화예술계다. 이들 단체는 용인시를 대신해서 공익 목적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회원들의 노동력과 재능 기부를 통해 오랫동안 지역사회발전의 한 영역을 담당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수백만 원이 될 수도 있는 자부담을 선입금하라는 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은 처사다. 이 때문에 민간단체들의 왕성한 활동을 위축시켜 지역사회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왜 모르는가.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라는 시 측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처음부터 보조금 사업의 타당성 여부와 세부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후 정산까지 철저히 한다면 문제 될 일이 전혀 없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자부담 선입금 제도를 만들어 오히려 가난한 단체들에게 부정이나 편법을 강요, 또는 조장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돈 없는 단체들은 아예 신청조차 원천 봉쇄하겠다는 불순한 저의로 밖에 볼수 없다. 더욱 이해가지 않는 것은 시가 재정악화 극복을 위해 왜 하필 민간사화단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단 말인가. 그렇잖아도 지역경제가 위축돼 서민들의 삶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더 이상 가난한 문화예술 단체들의 보조금 정책까지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바꿔 의욕 상실을 부추기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