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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109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09



형편대로


김주대


술파는 여자를 사랑했다
그녀는 내 형편을 사랑했고 한동안

나는 외로움을 잊었지만
형편이 어려워지자 그녀는 떠났다

형편 좋은 사람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사랑이 밥 먹여 주느냐는 말, 틀린 말 아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당신과 당신의 아내 혹은 남편은 서로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벌고 또 밥상 앞에선 입 안에 맛있는 반찬도 집어 넣어주는 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시절 지났다고 말하지 마라. 대신 당신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라. 그런 날 연애할 때나 있었다고 말하지 마라. 왜 연애할 때와 살림 살아갈 때의 마음이 달라졌는지 먼저 따져보라. 안타깝게도 이 ‘밥 먹여주는’ 사랑은 생각처럼 오래 가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에게 떠 먹여주던 밥숟가락이 자식 입 속으로 들어가는 날을 기준으로 사랑은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 아, 그러나 나는 사랑이 밥 먹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몇 번 본 적 있다. 몇 해 전 장인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암 병동에서 투병 중이었다. 이 소식을 어찌 알았는지 장인의 50년 전 첫사랑 여인이 찾아왔고, 그 여인은 사선을 넘나들며 혼수(간성혼수)를 오가는 첫사랑의 입술을 물로 적셔주며 미음을 떠먹였다. 그리고 장인의 귀에 대고 무슨 이야기인가를 오래도록 속삭여주곤 했다. 사랑이 먹여주는 밥을 드시고, 얼마 뒤 장인은 돌아가셨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