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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아듀! ‘안철수 현상’을 다시 생각한다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범(汎)야권 패배로 끝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여야 모두 막판까지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등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지만, 50대 이상 유권자 80%가 넘게 몰려나와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거대한 민심의 파도를 예측 못하고 오만함에 빠진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심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현 MB정권에 대한 심판론에 동의하는 분위기였지만, 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불안감도 한몫을 했다.
총선이후 진보 진영이 보여준 행태는 막연하게나마 진보세력에게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만 안겨 주었다. 진보세력의 최대 장점이었던 도덕성이 붕괴되는 순간, 국민들의 마음이 떠났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보수진영에서는 끊임없이 종북연대 프레임을 강조했고, 실제 강원권과 노인층에게 먹혔다. 전후 60년이 지났지만, 21세기 분단국가의 아픔이 고스란히 확인된 셈이다.

세대 간의 대결 양상도 자업자득이었다. 정권 교체기마다 드러난 남성중심의 권력부패, 그리고 개혁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 등등. 심지어 안철수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단일화 역풍으로 범여권 후보지지 현상이 일어났다. 가족 단위에서도 표심이 분산되는 등 극명한 세대 간 격돌까지 벌어졌다.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생존의 문제를 가장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현 이명박 대통령이 500만 표 이상으로 당선된 이유도 단 한 가지. 그가 나라의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 달라는 염원 하나였을 뿐. 그럼에도 중산층이 줄줄이 붕괴되는 빈부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커져만 갔다. 따라서 전쟁 전후의 세대들은 또 다시 가난의 위기감에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해 배고픈 시절로의 회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정의로운 개혁도 가난과 배고픔이 전제되어야 한다면 백성의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전쟁과 IMF 경제위기, 그리고 각각의 정부마다 시행해오던 개혁들이 저항에 부딪혔던 학습 효과를 기억한다.

바라 건데 박근혜 당선인은 새 정부의 대통령으로서 정권 승계가 아닌, 정권 교체라는 마음으로 새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 당선인이 밝혔던 것처럼 인사 탕평책을 써서라도 국민대통합 약속을 실천해라. 과거처럼 특정 분야 사람들만 집중 발탁한다면 또 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칫 과거 정부 흔적지우기 차원에서 국가의 장기미래정책마저 헌신 짝 버리듯 해서도, 불필요한 차별화로 예산낭비를 해서도 안된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문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 정부 잘못 중 하나는 과거로의 회귀, 즉 남북관계를 통일로부터 더욱 멀게 끌고 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조금만 안다면 외세에 의해 고착화된 분단국가의 심각성을 왜 모른단 말인가.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가 가장 두렵게 느낀 것은 ‘안철수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를 주목하며 비웃기도 했지만, 왜 그토록 안철수 현상에 환호했는지도 알아야 한다. 안철수가 몰고 온 바람이야말로 기존 정치권이 환골탈태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반감이 곁들여진 현상 아닐까. 만약 안철수가 없었다면 이번 대선은 전혀 흥행 못한 3류 영화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이런 현상이 앞으로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는지, 아니면 영영 사라질 것인지가 관심거리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