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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울림을 주는 한 편의 시

울림을 주는 한 편의 시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윤성택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 넣고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 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너를 옮기지 않겠노라고
원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내었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화분 속 같은 생활 속에서, 살기 위해, 뿌리를 내리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우리의 삶에도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화분 속의 생이여 어제는 어두웠고 내일도 다를 바 없을 것이나 어차피 파고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밑으로 밑으로 흙의 품속을 파고들며 점점 지상과 멀어지지만, 우리의 자식들인 잎과 가지와 열매들은 환한 세상을 보게 될지니, 끊임없이 생을 파고들자. 어느 날 화분 같은 벽이 눈앞에 다가설지라도…….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