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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김수영과 고은, 그리고 용인시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시인 김수영(1921~1968)과 고은(1933~현재)은 한국 현대시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불운했던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했던 시인 김수영은 죽음조차 불행했지만 아직도 우리 문학사의 큰 별로 남아 있다. 그의 육신이 떠난 지 올해로 45주년이다. 반면 시를 쓰기 시작한지 50년이 넘었다는 시인 고은은 생존 작가로 노벨문학상 후보군에 오를 정도로 문단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이 어린 필자가 이들을 모두 용인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김수영은 미망인 김현경 여사를 통해서, 고은 시인은 용인에 대한 그의 애정을 통해서였다.

미망인 김현경은 최근 <김수영의 연인>이라는 자전에세이를 냈다. 필자는 지난해『용인문학』지 인터뷰 때문에 김현경 여사를 만났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자전에세이까지 세상 밖으로 나왔는지도 모른다.

현재 그녀가 살고 있는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아파트에는 김수영 살아생전 서재 모습이 고스란해 재현되어 있다. 김수영의 손때가 묻은 책들은 물론이고 그의 시에 등장했던 책상과 의자까지.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팔순을 훨씬 넘긴 그녀의 기억력이었고, 낙서 한 장까지 보관 중인 유품들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자연스럽게 김수영 문학관 이야기가 나왔고, 필자는 한국작가회의 현 이사장인 이시영 시인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 때부터 언론 ․ 행정 ․ 정치인들까지 김수영 문학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만약 김수영 문학관이 만들어진다면 미망인의 뜻대로 시인의 흔적이 살아있는 서울시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도 뜻이 모아졌다.

현재 서울 도봉구에서 추진 중인 김수영 문학관에 대해서는 미망인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번듯한 김수영 문학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공론화된 상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수영 시인의 미망인과 유품들이 현재 용인시에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현재 안성시에 살고 있는 고은 시인이 수원시로 이사를 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엔 단국대학교와 수원시가 ‘세계작가와의 대화’를 공동 개최한다는 것에 합의했다는 보도다.

안타까운 것은 용인 죽전에 있는 단국대학교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작가와의 대화’ 공동주최를 용인시에 제안한 바 있었고, 고은 시인 역시 단국대 석좌교수로 있다는 것. 게다가 필자가 고은 시인 인터뷰를 통해 인생의 마지막을 용인에서 살길 원한다는 그의 뜻을 용인신문에 보도한바 있다.

그럼에도 용인시는 아직까지 어느 분야도 리액션이 없었고, 인근 수원시와 파주시 등이 뒤늦게 물밑 작업을 벌였던 것이다. 산천어 축제와 경남 함양 출신의 소설가 이외수가 없었다면 강원도 화천군이 어찌 지금처럼 유명세를 탈수 있었을까.

공교롭게도 용인시와는 무관해 보이는 육당 최남선과 박목월, 김영랑, 박완서 등 수많은 작가들이 용인 땅에 잠들어 있다. 그럼에도 용인시는 파악조차 못했었다. 또 용인 출생의 노작 홍사용이 용인출생임에도 왜 화성시에서 문학관과 문학상까지 만들어 해마다 기리고 있는지 모른다.

김수영도 고은도 용인시와는 무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아무 관련이 없는 수원시는 고은 시인을, 서울 도봉구는 미망인의 동의도 없이 김수영 문학관을 유치하려고 발버둥 치는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