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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선운사 사천황이 한쪽 발 들고 있는 까닭은?

우농의 세설

 『일 만하는 사람은 돈 벌 틈이 없다.』

「록펠러」말에 쇼크를 받아 하버드 법대를 중퇴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언페어플레이를 극복, 머니헌터가 된 빌게이츠. 그는 거부가 되자 마운틴 휘트니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위험하지만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공부밖에 모르는 바보한테 잘 보여라. 사회에 나가면 어쩌면 그 바보 밑에서 일할수도 있다.』『학교는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 않지만 사회는 이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라.』졸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빌게이츠의 지적은 정확하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최고고, 집에서는 엄마 말씀 잘 듣는 자녀가 최고다. 그런데 이것은 유통 기한이 짧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학교 다닐 때 까지만 유효하다. 성인이 되어 학교 밖을 나서면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것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털끝만큼의 소용이 크지 않다. 돈 많이 버는 자가 갑(甲)이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고 돈이면 처녀 불알도 사오는 정도가 아니라 귀신도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

유전능사 귀추마(有錢能使 鬼推磨), “돈 났고 사람 났냐”라고 덤비는 것은 아직 고생을 덜해 본 철부지의 속내일 뿐, 맘이 검지 않으면 집안이 피지 않는다.

심부흑 가부발(心不黑 家不發), 돈을 번다는 것은 그만큼 맘을 강파르게 한다.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 오너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수십억 달러의 뭉칫돈들이 해외의 은행들에서 발견 됐다. 인민들은 굶어서 피골이 상접한데 지도자가 돈이나 꼬불치는 따위의 쪼잔 한 짓이나 하고 있다니 참 가슴 아프다.

조선 세종 때의 일이다. 정인지가 퇴청을 할 때 성문밖에 사천황이 한쪽 발을 들고 선 것이 보였다. 정인지 왈. 네 이놈 귀신 주제에 감히 어디라고 한발을 들고 섰느냐. 사천황 왈 부정축재자를 밟아 죽이려 하오. 정인지 왈. 이곳에는 모두 청렴한 선비들 뿐이니 풍천유산(風川有山)으로 물렀거라. 하고 내치니 돌아가면서 말하길 산속에서 한쪽 발을 들고 있을 터이니 관리 중에 누구라도 녹봉이외의 부를 쌓는 자는 밟아 죽일 것이오. 하고 훌쩍 뛰어 선운사로 갔다. 풍천장어 안주삼아 복분자 술에 취하는 것도 좋지만, 그 등 뒤에 서서 언제든지 밟아버릴 기세로 한쪽 발 들고 있는 사천황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