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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아산 정주영과 용서받지 못한 죄

우농의 세설

아산 정주영이 가장 많이 사용한 언어는 "해봤어? 해봤냐고."라는 말이란다.

이 말을 역사학자 토인비식으로 말하면 '도전과 응전' 쯤 될 것이고 투지와 깡으로 종결된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로버트레드포드의 대사처럼 인생은 투지와 깡이다. 계속시도 하라는 이 말은 다름 아닌 논어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산 정주영은 논어의 가르침을 따르기 보다는 대학을 더 선호했다. 그는 평생 대학의 가르침대로 살았고 대학의 가르침대로 죽어갔다. 물론 그가 마지막 노년의 죽음에 임박해서 성경책을 본 것을 제외하면 그의 평생은 대학의 가르침, 수신제가치국평천하로 귀결된다.

아산 정주영은 9세 때 서당에서 대학을 뗀다. 우문인지 모르나 이것이 그가 배운 학문의 전부란다. 7세 때 논어를 읽은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나 8세 때 춘추를 읽었다는 중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비견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학문편력기이다.

아산은 맨몸으로 현대 그룹이라는 부를 이룬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뭐가 부족해서 대통령이 못됐을까. 대통령 출마는 했는데 당선이 못 된 것이다.

예수의 재가제자 사도 바울은 이렇게 해석을 내 놓는다. 모든 권력은 위에서 내려온다. 이를 두고 1927년 8월, 후베이성 한커우에서 개최된 공산당회의 당시 중앙정치국 후보위원 교사출신 혁명가 마오쩌둥의 생각은 달랐다. 권력은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총이다.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그것이다. 물론 성경을 셀 수도 없이 많이 읽었다는 의사 집안의 아들 레닌의 경우는 또 다르다. 모든 권력은 밥에서 나온다고 했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밥 먹지도 말라는 바울의 말을 정치이념으로 승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인물 아산 정주영을 하늘은 왜 대통령자리를 내 주지 않았을까. 아산은 일생에 한번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다. 소판 돈을 들고 튄 죄다.

아비가 소 판돈을 자식이 갖고 튀었기로서니 그게 무슨 법률적 죄가 되랴마는 인류에는 용서받지 못 할 죄가 크게 세 가지 인데 그중에 가장 큰 죄가 아비 가슴에 못 박은 죄란다. 훗날 정 회장은 죄 값으로 소 일천 마리를 이끌고 고향땅을 밟지만 고향 부모는 돌아가신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