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23.9℃
  • 맑음강릉 19.4℃
  • 맑음서울 25.6℃
  • 맑음대전 27.4℃
  • 맑음대구 30.4℃
  • 맑음울산 23.1℃
  • 맑음광주 26.3℃
  • 맑음부산 22.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1.9℃
  • 맑음강화 21.1℃
  • 맑음보은 26.8℃
  • 맑음금산 26.0℃
  • 맑음강진군 26.6℃
  • 맑음경주시 25.7℃
  • 맑음거제 25.5℃
기상청 제공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이름이 불리워진 강들은 그렇게 수천년을 탈 없이 흘렀다

오룡의 역사 타파(35)

- 경강도, 동호도, 서강도, 마포강도, 용산강도 한강이다 -

한때 간첩이 득실(?) 거린 것처럼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자나 깨나 불조심’보다도‘수상하면 신고하자’가 더 중요한 표어였다. 국가의 중요한 시설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주요 임무였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적대국을 직접 염탐하는 일을 흔한 일이었다. 때문에 간첩은 있었을 것이며, 그들이 한 일은 중요 시설물을 사진 찍고 그리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이야 정밀지도를 매일 구글이 전달해 주고 위성사진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사람의 시야를 벗어나면 인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대한 자연물은 일단 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서만 실체화 시켰다. 경계가 없는 바다를 나누어 동해와 황해, 남해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 유효하다. 때문에 여러 가지 논란이 발생한다. NLL 논란의 근본 원인도 선을 그을 수 없는 바다와 한반도 분단의 타율적인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한강도 마찬가지였다. 삼국시대에 벌어진 한강 쟁탈전의 의미는 영토의 분명한 선긋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한강은 자연적인 국경선으로 방어에도 효과적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한강은 물이 흐르는 지역마다 부르는 호칭이 달랐다. 한양 도성 앞을 흐르는 구간은 경강(京江), 동호, 서강, 용산강, 마포강이라 나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운하 사업의 공약이 우여곡절 끝에 4대강 사업으로 시행된 것을 보면 주먹구구라는 생각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반도의 위성사진을 보면 4대강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 더구나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사업을 5년 안에 끝내겠다는 발상을 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임기 중에 끝낼 수 없는 엄청난 공사라고 생각하고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조사와 추진을 통해 국가 중요 사업으로 진행했더라면 모든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4대강 사업만이 아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또 어떠했나. 자연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연히 지나치는 시선으로 보는 강이 아닌 머무는 시선으로 강을 본다면 임기 중에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이요 독선이지 않을까.

강이 강답게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갈대와 여울, 작은 내와 소, 자갈과 모래톱이 어우러져야 한다. 그러한 강은 그 자체로 습지이며 생물종 다양성이 매우 높은 생태계이다. 습지를 훼손하여 운동장을 만드는 어리석음은 과거의 역사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의 아이들이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강이 이어온 역사와 문화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4대강의 습지와 여울은 웬만한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면 위성사진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현장을 방문하여 오랫동안 터전을 이루고 살아 온 사람들을 만나보고, 계절마다 변하는 강물 주변의 풍광을 지켜봐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수 천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수없는 간첩들이 국가의 중요한 시설들을 사진 찍고 그려갔을 지라도, 어떤 시설물도 간첩의 원래 의도대로 파괴된 적은 없을 것이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숨은 노력들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게 지켜 온 국토를…….
우리는 오늘 논란에 휩싸였던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문제들이 하나씩 불거질 때마다 치밀어 오른다. 도망간 간첩들이 망친 것도 아닌데,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이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오룡 (오룡 아카데미 원장, 용인 여성회관,강남대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