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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43|고백성사-못에 관한 명상1 |김종철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43

고백성사
- 못에 관한 명상1


김종철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 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가슴에 못을 박는다,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괜히 아팠다. 어머니가 철부지 어린 나를 타이르며 하셨던 말, 아버지가 사고로 아들 먼저 앞세우던 날 눈물을 흘리시며 하셨던 말. 그 땐 그렇게 아픈 말인 줄 몰랐는데 내가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그 때 나의 부모님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이제야 그 정한(情恨)이 못대가리처럼 고개를 쳐든다. 그 때 박힌 못을 겨우 기억 속에서 빼어 보는데, 못이 파고들었던 가슴 저 아래쪽이 뭔가 모르게 뻐근하게 느껴진다. 추석은 가까워 오고 아버지 기일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휘어진 못처럼 엎드려 절이나 하는 수밖에……. 부모님 가슴에 못이 박힐 때 내 귀에도 못이 박혔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꾸만 서글퍼지는 중추가절이었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