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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어디서 뭘 하든 국가관은 분명해야한다

우농의세설

공자의 마부 번지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뼛속까지 저쪽주의자다. 그런 그가 선생님 저는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많이 갖고 싶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라고 가르침을 청한다. 이일 후 공자 일행은 주나라 사당을 들르게 된다. 孔子께서 주나라 사당을 둘러보다가 묘한 그릇(敧器)을 보시고 묻자 사당지기 왈, 이 그릇을 일러 다들 우좌(右坐)라 합니다.

공자 왈, 듣기로는 기기우좌는 가득차면 기울어지고 적당히 차야만 바르게 된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사당지기는 그렇다고 대답하자 공자는 자로를 시켜 물을 떠오게 하여 시험을 해보니 과연 사당지기의 말대로 가득차면 엎어져 물이 모두 쏟아지고 적당히 차면 바르게 서며 비우면 기울어졌다.

이를 지켜본 공자는 감탄 하며 말한다. "번지가 언젠가 내게 묻기를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많이 갖고 싶다고 했다. 잘 보거라. 가득 찼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기(敧器)처럼 가득 차는 것이 싫어서 기울어지는 것도 있느니라."

그러자 자로가 가득 찬 것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묻는다. 공자는 우좌기기처럼 덜어내면 된다. 하니 자로가 또 묻는다. 덜어내려면 어찌해야합니까. 공자는 덜어냄에 대한 오사(五思)를 말한다. "높이 올라가면 내려올 것을 생각하고, 가득 찼으면 비움을 생각하고, 배웠으면 남을 무시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힘이 있으면 약자를 생각하고, 말을 잘하면 어눌(語訥)을 생각하고, 이것을 일러 덜어내면서 다하지 않음이라 한다."

설원(說苑) 경신편(敬愼篇)에 말한다. 주지 않으면서 더 가지려고만 하는 까닭에 망하게 되며 남에게 퍼주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다. 漢나라왕충(王充)은 논형(論衡)에서 말한다. 한 되 그릇에 한 되를 담으면 넘침도 모자람도 없지만 한 되 넘치게 담으면 가득차 넘쳐 흘리게 된다(器受一升以一升則平受之如過一升則滿溢也).

쉽게 말해서 자신의 역량에 맞는 자리에 있으면 욕이 없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높은 자릴 꿰차고 있으면 종당에는 욕(辱)만 충만해진다는 고사(故事)다. 얼마 전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기관에 잡혀갔다.

세상은 그를 일러 콜라 한잔을 마셔도 양키를 씹는 마음으로 마셨던 뼛속까지 그들의 나라를 흠모한 저쪽주의자라 했다. 애국가보다는 그들의 나라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기를 즐겨했던 사내. 명지하라. 어디서 뭘하든 국가관은 분명해야 한다.          

송우영(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