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44 |칸타타 사탕가게 |김현서

칸타타 사탕가게


김현서


사탕가게는 네거리 약국 옆에 있다

가방은 무겁고 새벽 두 시의 침묵은 아프다
오랫동안 졸음을 참으며
철심교정기를 낀 강가를 걷는다
매끈하게 빗어 넘긴 물풀 사이로
새로운 간판들이 보인다
아름다운 불빛들이 삐걱거리는 거리
그의 다리와 내 다리를 합치면
완벽한 테이블이 된다

사탕가게로 가는 길은 다가갈수록 멀다

하반신이 잘린 채 웃고 있는 사과나무와
슈거파우더를 뿌리는 가로등
6월의 밤공기가 둥글게 모여 앉아 콧노래를 부른다
바닥에 떨어진 불빛들이
주르륵 몸을 타고 올라온다
흙이 묻어 있던 어린 시절의 사탕처럼
어둠 속에서 생글거리는 눈동자들

늦은 시간에 사탕가게로 간다

강물은 머리칼처럼 뒤엉켜 순조롭게 흘러가고
맥주 거품 같은 밤안개가
창을 들고 뿔뿔이 찾아온다
숨을 쉴 때마다 뚝뚝 떨어지는 은빛 물고기 떼
붉어진 밤공기를 마시며
나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어둠으로 두 뺨이 불룩해진 사탕가게 앞에서


사탕은 순수하다. 쓴 맛을 단 맛으로 속이지도 않는다. 달콤한 맛으로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사탕 장수의 농간이지 그것이 사탕의 죄는 아니다. 어릴 때는 사탕을 입에서 놓지 않고 지내다가 커가면서 사탕을 멀리한다. 이가 썩는 이유가 어디 사탕만의 잘못인가. 세상 쓴 맛을 알게 되면서 순수의 단맛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늙어 다시 아이처럼 몸이 작아지면 우리는 다시 사탕을 찾는다. 마치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박하 향을 입 안 가득 물고 잠이 드는 것이다.

박후기 시인(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