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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와 판사의 차이는? ‘죽은 권력자를 심판하다. 살아 있는 권력자를 심판할 수 없다’

오룡의 역사 타파(38)

법은 산 사람을 심판하고 역사는 죽은 사람을 심판한다. 이런저런 변명과 각종 증거를 제시하며 저항(?)할 수 있는 산 사람을 심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죽은 사람을 심판하는 것이 휠씬 쉬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판사가 당대의 권력자들을 심판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역사 학자들이 심판해야 하는 대다수는 권력자 들이다. 판사가 못하는 살아있는 권력자의 심판을 역사가는 죽은 다음에는 제멋대로 심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사에 비해 역사가들이 정의롭다고 평가 내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21세기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심판자는 누구일까? 얼마전 혼외아들 문제가 발단이 된 채동욱 검찰총장을 사퇴시킨 언론사 기자인 것 같다. 최고의 권력집단인 검찰 조직의 수장을 법률적인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사퇴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현실적인 법에서는 삼심제와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지만 언론에서는 삼심제도 일사부재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의 채동욱 사건의 진실 공방은 법정에선 어떻게든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었던 <사랑과 전쟁>의 후유증은 오래 남을 것이다. 법적으로 임기제인 검찰총장을, 기사를 빙자한 막장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 언론만이 승리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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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월26일 라디오를 통해 이승만의 중대 성명이 흘러나왔다.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 3·15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 하니 선거를 다시 하도록 지시하였다”는 내용이었다. 4·19 전후로 사망한 학생과 시민에 대한 진정한 사과도 하지 않은 이승만은 한달 뒤에 국민 몰래 하와이로 떠났다.

시인 김수영은 분노했다.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 기념탑을 세우자. 아 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며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는 시를 발표했다.

저급한 정치인에게 역사의식 없는 국민은 다루기 쉬울지 모른다. 국민의 역사의식을 권력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스스로 수준이하 라는 것을 광고하고 있는 중이다. 수준낮은 정치에 의해 당하지 않으려면 바른 역사공부가 필요한 이유이다.

시인 김수영이‘썩어 빠진 어제와 결별하자’외친지 50년이 더 지났어도 아직도 우리는 어제는 고사하고 오늘과도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 죽은 권력자 이승만은 지금 한국사 교과서에서 되살아나 복권이 진행중이다.


오룡(오룡 아카데미 원장, 용인 여성회관,강남대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