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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뭘 어쩌자고…

우농의세설

밥 배불리 먹고 등 따습게 사는 것은 아마도 다수의 지극히 평범한 국민들이 원하는 바 일 것이다. 요(堯) 임금이 나라 안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도성 안 밖으로 시찰(視察)을 나갔다. 저자거리에는 팔순을 훌쩍 넘긴 노인들이 「임금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 있으랴.」라며 배 두드리고 땅을 치는 고복격양(鼓腹擊壤)의 노래를 부르며 노는 것이 목격 되었다.

임금은 노래를 한 참이나 듣고 난 후 왈. 「백성이 왕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사는 것이 태평성대」라고 했다. 이 격양가는 중국 당요(唐堯) 시대의 일로 해 뜨면 일하고 <일출이작日出而作> 해 지면 쉬고 <일입이식日入而息> 우물 파서 물마시고 <착정이가鑿井而歌> 밭 갈아 밥 먹으니 <경전이식耕田而食> 임금의 은혜가 뭘 어쩌자고. <제력하유어아재帝力何有於我哉> "『세종실록 권8』우암(尤庵) 송모(某) <時字烈字>의 문인이며 송설체로 명필의 반열에 오른 소두산(蘇斗山)은 왈, 인생살이 백년이면 족하나니 긴 세월을 요 임금 때 격양가 부는 늙은이처럼 살리라.

<百年身世生涯足 長作堯衢擊壤翁백년신세생애족 장작요구격양옹> 나라를 다스리는 관료나 정치인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고복격양가는 아닐 찌라도 안일(安逸)과 은일(隱逸)한 삶을 보장해 줘야한다. 도연명은 등과(登科)해서 벼슬아치가 되는 길만이 백성을 위할 수 있는 유일한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 믿고 열심히 공부하여 등과 한다.

41세 되던 해 민폐(民弊)를 끼쳐가며 상관에게 아양을 떨어야하는 지경에 이르자 스스로 관직을 버리고 소를 타고 고향으로 간다. 세상은 이를 일러 귀거래사(歸去來辭)라 불렀다. 작금(昨今)의 강호는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국회의원은 호통을 치면서 답변을 요구하고 답변하는 관료나 사회지도자급 인사들은 곤란한 것은 요리조리 피해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속에는 도연명이 부른 귀거래사를 부를 정치인도 없고 국민으로 하여금 격양가를 부르게 할 만한 벼슬아치 역시 없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줄 뿐이다. 이제 와서 나라님께서 옷을 뭘 입은들 그게 뭘 어쩌자고. 국민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놔둬라. 알아서 처자식 하루 세끼니 굶기지 않고 살 테니까. 더 이상 뜯어만 가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가슴에 화인처럼 찍고 살아라. 어떤 형태로든 증세는 안 된다.

송우영(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