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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국민으로 인정하는 2014년의 정치를 기대한다.

오룡의 역사 타파(43)…억울한 호소, 격쟁을 울려라 - 물러날 데 없는 궁민(窮民)

조선시대에 관청의 잘못된 권력남용에 대해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은 왕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문고 인데, 이 북이 대궐 문루에 걸려 있었던 데다가 북을 치기위한 절차과정이 복잡했다. 상징적인 신문고 였지만 이를 아예 없애버린 연산군은 쫓겨났다.

반정에 성공한 중종 때부터 징을 쳐서 왕에게 호소하는 격쟁이 신문고를 대신하여 백성들에게 알려졌다. 언로를 막았던 연산군을 몰아 낸 중종에 대한 기대감이 격쟁을 만들어 낼을 것이다. 대궐에 들어가 치던 관행은 영·정조 시기에는 왕의 궐밖 행사시에 징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백성을 살피려는 군주의 마음을 이용하려는 백성들의 절박함 때문이다.

징을 친 백성이라 해도 왕의 행차를 막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처벌을 받았다. 처벌을 감수할 만큼의 억울한 백성의 호소는 들어 주겠다는 뜻이었다. 왕조국가 조선은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장 억울한 이야기들을 직접 챙겨 들었던 것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해법이니, 덕담이니 하며 식사를 하는 행사가 흔하다. 진짜 억울한 국민은, 사회적 약자들은 그 자리에 앉을 수도 없다. 당연이 억울한 국민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


추운 겨울에 거지들의 안식처는 다리 밑 이었다. 따뜻한 솜 옷을 입기 어려운 그들에게 눈보라를 막아주는 다리 밑은 그나마 따뜻한 곳이었다. 예전에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태어난 곳을 물어 보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는 의미는 중의법이다.

조선시대에는 거지들에게 정부 차원의 복지정책을 실시했다. 거지들에게 뱀 잡아다 파는 독점권을 허락하기도 했고, 겨울에는 관청에서 나오는 폐지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죽을 쑤어 나눠주기도 하며, 행패 수준이 아니라면 동량에 대해서도 관대한 입장이었다.

거지나 노숙인들을 궁민(窮民)이라 불렀다. 궁지에 몰린 백성이란 뜻이다. 더는 물러날 데가 없는 곳을 궁지에 물렸다고 하고, 고양이도 쥐를 쫓을 때 도망갈 구멍을 남겨둔다고 한다. 사흘 굶어 남의 집 담장을 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한다.

사회 하층민을 위해서 최소한의 너그러움을 보였던 왕조국가 조선이 수차례의 체제 위기의 전란을 겪고도 5백년을 견딘 이유일 것이다.

궁지에 몰린 국민들에게 새해는 희망이 아닌 것 같다. 벼랑끝으로 몰아내는 정치는 절벽처럼 막막하다. 넉넉함까지야 아니더라도 절박함으로 내몰리는 국민에게 2014년엔 얼마나 힘들 것인가를 걱정할 뿐이다.
경기가 어려운 것은 철도노조의 파업 때문도 아니고, 젊은 학생들의 게으름 때문도 아니다.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복귀해도, 학생들이 밤샘 공부를 해도 국민의 삶은 윤택해 질 수 없을 것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는 주장 만큼 실체가 없다.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여유있는 사람과 어려운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멀어질 것이요. 사회적 갈등은 깊어질 것이다.

세상을 평안하게 하고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얻어 내려면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와 다른 생각들에 귀를 열고, 마음을 들어야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권위는 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봐 주는 것이다.

국민을 국민으로 봐주기만 한다면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다. 남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다면 2014년을 무슨 힘으로 버티겠는가.

오룡
(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강남대 평생교육원 강사)